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트럼프 압박에도 파월 "안 물러난다"는데...'풍전등화' 연준, 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준법 개정해 해임하거나 차기 의장 조기 지명, 파월 힘 빼기 나설 수도

머니투데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7일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FOMC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해고하거나 강등할 권한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2기가 확정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하 연준)의 미래에 시장의 불안이 가중된다. 대규모 관세와 감세 등 트럼프의 경제 공약이 현실화하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금리인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대 만큼 금리를 빨리 내리지 않을 경우 연준을 손보려는 트럼프와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제롬 파월 의장 간 불협화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법률이 보장하는 연준 의장 임기, 법 개정하면…

연준은 예상대로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5bp(1bp=0.25%p) 낮췄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공개시장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조기 사임을 요청해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임기는 2026년 4월로, "임기 전 해임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파월의 발언은 옳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인 연준은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을 비롯해 험프리-호킨스 법(완전고용과 균형성장법)을 토대로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상대가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라는 점이다.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대선 승리 행사서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연단으로 불러 얘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 (현지시간) 여성으론 처음으로 와일스를 집권 2기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백악관과 상원을 차지한 공화당이 하원까지 장악하면 법률이 보장하는 연준의장의 임기도 일부 법개정을 통해 트럼프가 통제할 수 있다. 대통령이 연준 이사회 구성원을 해임하게 하는 안부터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국유화 △연은 총재 임명권 개입 △물가-고용의 듀얼 맨데이트(이중 책무) 수정이 거론된다.

토마스 호닉 전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의회가 중앙은행의 금리·대차대조표 조절 범위를 제한하고, 이 범위에서 벗어날 경우 6개월 후 연준이 의회의 승인을 받게 하자고도 제안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었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여론화' 하자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자율 결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0월 15일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블룸버그 뉴스에 "대통령이 직접 (금리 결정을) 명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금리를 올려야 할지 내려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권리는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2020년 3월 코로나19가 미국을 휩쓸자, 파월을 해임할 권한을 주장하기도 했다. 2018년 파월을 임명한 건 트럼프이지만 이래저래 악연이다.


차기 의장 조기 지명해 '파월 힘 빼기' 가능성도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트럼프가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없지 않다. 파월의 임기는 아직 1년 반 정도 남았으나 차기 연준 의장을 조기에 지명해 사실상 '식물 의장'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억만장자 펀드매니저 스콧 베센트의 아이디어다.

머니투데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미국서 공장을 짓지 않으면 관세도, 감세도, 혜택도 받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도 이날 "차기 행정부의 정책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의 복수 임무에 영향을 미칠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아직 미래를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연준은 어떤 가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차기 정부의)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걸 알게 된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언제 시행될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에 트럼프의 재임이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그러나 1월 말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한 후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는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터다. 그보다 트럼프 임기 중 연준의 경제 모델링 역량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의 '만능키'로 불리는 관세가 1930년대 수준으로 올라가고 이민자를 대량 추방하는 한편, 감세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연준이 평시 모델링으로 경제 현황을 분석·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짚었다. 트럼프 임기 중의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전쟁, 연준의 독립성 훼손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