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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소아과 의사, 보톡스 주사 내려놓게…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을[기자의 눈/조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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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조유라·정책사회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끼리 만나면 ‘우리는 일용직’이라고 합니다.”

‘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 기획 취재 중 만난 24년 차 소아과 전문의는 “하루라도 진료를 쉬면 인건비와 임차료 등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미용의료를 배우는 소아과 전문의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지만 그 역시 소아과를 유지하기 위해 옆에 미용의원을 차려놓고 최근까지 보톡스 주사를 놨다고 했다.

소아과와 미용의원의 가장 큰 차이는 진료비 결정 방식이다. 소아과는 대부분이 필수의료다 보니 정해진 수가를 받는다. 반면 미용성형은 비급여가 대부분이라 의사 마음대로 가격을 정한다. 수가는 국민 건강에 꼭 필요한 의료라고 인정하고 국민건강보험에서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니 ‘소아를 진료할 시간에 보톡스 주사를 놓으면 몇 배나 더 버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7일 기자회견에서 “수술한 의사가 간단한 치료를 한 의사보다 보상을 못 받으면 필수의료로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며 보상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선 회의적 반응이 많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는 “2년 연속 건보료를 동결했는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 필수과 수가 인상의 필요성은 수십 년 전부터 지적됐다. 건보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필수과 수가를 올리려면 비필수과 수가를 내리거나, 건보료를 올려야 한다. 그런데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회원 이익’을 거론하며 전자를 반대했고, 후자는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난색을 표했다. 그러는 사이 필수과의 저수가는 고착화됐고, 대형 병원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게 됐다. 수익이 안 나니 교수 자리가 줄고, 이 때문에 전문의 지원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조만간 보상 체계 개편을 발표한다. 지금까지 필수과 수가를 찔끔찔끔 올려 별 효과가 없었던 걸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의사들도 납득할 파격적 대책과 현실성 있는 재원 마련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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