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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트럼프가 7번 불러도 발언 사절…진짜 킹메이커 '얼음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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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막후에서 선거를 이끌며 그의 재선에 기여한 수지 와일스(67) 공동선대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백악관 모든 정책과 운영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에 여성이 지명된 건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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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즈 트럼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새벽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연설 때 단상에 올라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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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스는 공화당의 ‘최고 정치 컨설턴트’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가 ‘얼음 아가씨(ice maiden)’로 부를 정도로 냉철한 조언을 하면서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대표적인 충성파로 분류된다.



트럼프가 7번 불렀지만…끝내 발언 사양



와일스의 발탁은 당선 확정 직후인 지난 6일 새벽 트럼프의 연설에서 이미 예고됐다. 트럼프는 박빙이라던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핵심 인사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 승리의 1등 공신인 그의 이름을 무려 7번이나 부르며 발언을 요청했지만, 와일스는 끝내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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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새벽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연설 때 발언을 요청받았지만 끝내 사양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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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트럼프는 “수지는 뒤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는 그를 ‘얼음 아가씨’라고 부른다”며 “그가 뒤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뒤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와일스는 트럼프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이면서도 사진 속에서도 트럼프의 ‘배경’으로만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언론 접촉을 늘리거나 소셜미디어(SNS)에 개인적 의견을 게시하는 상당수의 ‘자칭 측근’과는 다르다. 그는 실명 인터뷰를 거의 한 적이 없고, 올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글은 3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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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가 1월 6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당내 경선 유세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와일스는 사진에서도 '트럼프의 배경'으로 찍힐 정도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배후에서 트럼프의 선거를 이끌어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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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날 와일스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뒤 공개한 성명에서도 “수지는 강인하고 똑똑하며 혁신적이고 보편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라며 “그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 된 것은 그에게 걸맞은 영광”이라고 치켜세웠다.



알려지지 않은 공화당의 진짜 ‘킹메이커’



전면에 나서지 않은 탓에 와일스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그는 지난 40년간 공화당의 대표적 ‘킹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40년간 대통령·주지사·시장·의원 선거를 수차례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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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스가 지난 3일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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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스는 1979년 하원의원 참모를 거쳐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합류하며 정계에 입문한 뒤 백악관에서 일정 담당을 맡았다. 이후 플로리다에서 주로 활동하며 2010년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의 선거와 2018년 디샌티스 주지사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트럼프와의 인연도 플로리다에서 시작됐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경합주였던 플로리다 선거운동을 총괄했고,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두차례 모두 승리했다. 트럼프는 특히 2020년 대선에서 디샌티스로부터 해고됐던 와일스의 실력을 믿고 다시 플로리다에 투입했고, 이번 대선 때는 아예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반면 디샌티스는 이번 대선에서 ‘젊은 보수’를 표방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와일스가 주도한 트럼프의 재선 시나리오를 막지 못했다.



막강 ‘문고리 권력’ 요구 수용한 트럼프



CNN은 이날 와일스가 비서실장직을 승낙하기 위한 조건으로 ‘집무실에서 대통령이 만나는 인사를 직접 통제하겠다’는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가족을 비롯해 비공식 ‘비선 라인’의 입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가 이를 수용한 것은 와일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와일스는 선거 기간 중에도 트럼프의 전용기에 탑승하는 인사들의 명단을 통제했고,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은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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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미식축구 경기에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지명자와 함께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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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스는 선거 기간 참모들에게 “자아(ego)는 문밖에 두고 오라”고 경고하며 캠프가 내부 경쟁이나 분열 없이 선거 승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와일스의 과제는?…‘新충성파’ 견제와 균형 모색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체제에서 일론 머스크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등 새로운 외부 세력과 오랜 공화당 인사들의 권력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와일스는 이미 부상한 경쟁 세력들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그의 과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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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27일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집회에서 단상에 올라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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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한 억만장자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각료부터 비공식 자문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이들이 트럼프 정부의 신흥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미 비효율적 정부 운영에 직접 ‘메스’를 들이댈 막강한 권한이 부여될 신설 정부효율위원회 위원장직을 예약했다. 또 일찌감치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아 인선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와 헤지펀드 ‘존슨앤컴퍼니’의 창립자 존 폴슨 등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정치컨설팅 업체 데모크라시 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 마이크 럭스는 블룸버그에 “트럼프는 기부자들에게 ‘10억 달러를 주면, 당신이 싫어하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왔고, 머스크에겐 거액을 주면 원하는 정부 직책에 임명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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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크리스 라시비타와 수지 와일스(비서실장 지명자)가 ㅈ난 2일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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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부상은 트럼프의 기존 핵심 참모 그룹과의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장남 “대통령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면 탈락”



이런 가운데 “인사 문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정권 이양 과정에서 (인사에) 매우 깊게 관여할 것”이라며 “누가 진짜 선수이고, 누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실현할지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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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4일 미시간주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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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대통령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말 것’이 인사의 핵심 원칙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내부 권력투쟁을 사전에 차단하고 충성심을 중시하겠다는 선포인 셈이다.

정권 인수팀은 조만간 연방총무청(GSA)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주요 인사와 정책 등을 마련하게 된다. 트럼프는 정권 인수 기간 거의 매일 안보 브리핑을 받고, 인수팀엔 국가안보에 대한 기밀문서가 요약본 형태로 제공된다.

인사와 관련해선 이달 말까지 내각 및 백악관 주요보직 후보자 50여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상원 인준이 필요한 1200명을 포함한 4000여명의 정무직 인선도 이어질 예정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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