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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가장 아름다운 말 = 관세’로 타격 받을까 [다시 돌아온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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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여파는
반도체·전기차 직격…칩스법 개정 촉각


2025년은 자국우선주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노믹스 2탄’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노믹스 시즌2’의 핵심 키워드는 ‘관세’다. 그는 후보 시절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관세”라고 콕 집어 얘기하기도 했다. 집권 1기 때만 해도 중국을 봉쇄하는 보호무역주의가 그의 주요 경제 전략이었다. 이는 바이든 정부 시절에도 계승됐을 만큼 강력했다. 이번 대선 때 상대편 해리스 후보 역시 이 부분만큼은 트럼프 1기 시절 정책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집권 2기 때는 양상이 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국가를 정조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국가든 미국에 수출하려면 ‘보편 관세’를 내야 한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이 높다. 보다 포괄적인 무역장벽을 쌓겠다는 논리다.

이런 철학의 뒷단에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가 있다. 트럼프노믹스 1기 때 무역 전략을 세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의 목표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1기 때는 특정 국가만 제재하면서 적자폭을 줄이지 못했다.

2기 트럼프 정권은 후보 시절 공언했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60% 관세를 매기고, 다른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조금이라도 관세가 높아지면 주요 동맹국은 물론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만약 10%의 보편 관세만 실행해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304억달러 감소한다. 다른 국가들의 미국 수출 감소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며 총 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한 실질 GDP가 0.67~0.24%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런 정책이 미국에 이익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더그 어윈 다트머스대 경제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다른 나라가 (관세) 보복에 나서면 세계 무역 장벽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서로 너무 얽혀서 이것을 떼어내려고 하면 예측하기 어려운 엄청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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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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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대신 관세 부담

칩스법 무산 쉽지 않을 듯

이런 가운데 칩스법, IRA 등도 손볼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칩스법은 바이든 정부 핵심 정책으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삼성전자가 올해 미국에 66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바이든 정부로부터 9조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 공장을 통해 4억5000만달러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부자 기업을 미국에 오게 하려고 수십억달러를 들였지만 그들은 좋은 회사를 우리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관세를 매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법 역시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에 건설 중인 전기차·배터리 공장에 한해서 반도체처럼 지원금을 받는 것이 골자. 한국의 유수 대기업이 IRA에 따라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 혹은 이미 짓고 있다. 2기 트럼프 정권이 이를 뒤집으면 그만큼 상황은 꼬일 수 있다.

자동차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미 현대차기아는 미국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기는 하다. 다만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은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트럼프의 보편 관세가 본격 가동되면 현대차는 월 2000억~4000억원, 기아는 1000억~2000억원의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친환경 업종은 희비가 교차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 친환경, ESG 관련 산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면 화석연료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 삼정KPMG의 최근 보고서는 “신규 원유, LNG 생산 프로젝트 승인에 따른 파이프라인, 수출 터미널 건설 활성화로 한국 에너지 EPC(설계·조달·시공) 기업에는 사업 참여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가 밀었던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위축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발전 프로젝트 감소, 대미 수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할수록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원금 지급 여부를 떠나 미국 내 공장을 짓게 하려는 노력은 바이든 정부든 트럼프 2기 정부든 마찬가지”라며 “이런 기조에 발 맞추려 국내 기업이 미국 진출을 꾀하는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 투자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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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준금리에도 영향 줄 듯

달러 강세 현상에 인하 속도 조절

한국 거시경제 관점에서 봐도 ‘트럼프노믹스 시즌2’는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시각이 꽤 있다.

오건영 신한은행 WM팀장은 “트럼프 2기에서는 1기 때보다 미국중심주의로 ‘나 홀로 성장’이 심화하며 달러 강세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며 “미국의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시장금리가 기존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성장 모멘텀이 약한 한국은 쉽사리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쉽사리 전 세계 물가가 안 잡힐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관세 때문에 싼 제품도 미국 현지에서 비싸게 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인플레이션 자극으로 이어진다.

서정훈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박사는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연준이 꾸준히 금리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경로를 벗어나며 원달러 환율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수입물가를 더 자극하게 돼 결과적으로 한은이 선택할 카드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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