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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기자수첩]의협 회장이 탄핵 위기에 처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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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여성판사를 향해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 의대생 7500명 동시 교육이 가능하다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에 대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 본인을 비방한 의사에게 "고소 취하를 원하면 1억원을 가지고 와라".
과격하고 품격 없지만, 지인과 술자리에서 취기가 올랐다면 할 수 있을 말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의료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직접 한 발언이다. 임 회장은 이런 '막말'로 의료계 내부와 국민들의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다.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탄핵) 투표가 오는 10일 의협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진행된다.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이중 3분의 2가 찬성하면 불신임안이 가결된다.
임 회장은 이미 의협 내에서 리더십을 상당 부분 잃었다. 임 회장 불신임안은 의협 전체 대의원 40% 이상의 동의로 발의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공의 90명은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을 탄핵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다.
의대증원을 놓고 정부와 초강경 대립 중인 의료계가 왜 '비상 상황'을 지휘하는 의협 회장에게 등을 돌릴까. 전공의들과의 불화 등 여러가지가 거론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임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의 의협 대의원 103명은 임 회장 탄핵을 위한 임시 대의원 총회 소집을 요청하면서 "임 회장이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와 의협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임 회장은 지난달 30일 의협 회원들에게 "엄중한 상황에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들로 회원들께 누를 끼친 점 백 번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사실 임 회장은 이런 사과를 국민에게 먼저 했어야 한다.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인 의협을 이끄는 '의협 회장'의 부적절하고 경솔한 언행은 국민이 의료계 전체를 불신하게 만들었고,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조차 대국민 설득력을 잃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 회장의 막말은 매번 적나라하게 보도됐고, 국민들은 "대표마저 저런데 의사 이야기를 들을 게 있나"라며 의료계의 합리적인 이야기마저 외면하기 시작했다.
임 회장이 대의원 총회에서 재신임을 받든, 탄핵이 가결돼 후임자를 뽑게 되든,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 회장이 거친 발언과 행동을 반복하면 의료사태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국민의 공감대를 사기 어렵다. 이미 임 회장 전임 회장들도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식의 '오만한' 발언으로 의료계 전체가 점수를 잃게 한 바 있다. 이제부터라도 의협 지도부는 합리적이고 품격있는 자세로 국민과 정부를 대해야 한다. 그래야 의료계 전체의 입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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