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앞두고 맞은 위기…머리 숙이며 "죄송"
정치권 반응 '냉랭'…"주관적 해명" "상황인식 잘못"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 담화 중 국민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4.1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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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열고 본인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을 소상히 설명하겠다며 '제한 없는 기자회견'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오히려 불명확한 사과에 더해 태도 논란까지 낳으며 성난 민심을 수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역대 최장인 총 140분 동안 진행된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마음속에 있는 진솔한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취임 후 처음 머리 숙인 尹
실제로 담화도 지난 5월 취임 2년 국민보고(21분)와 8월 국정브리핑(42분) 때와 비교하면 15분으로 분량이 대폭 축소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계기로 진행한 이번 담화에서 국정성과를 대거 덜어내고 사과에만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대국민 사과로 담화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주변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며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90도로 숙였다.
윤 대통령이 본인과 김 여사가 연관된 논란으로 머리를 숙인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어렵다"(지난 2월 언론 대담),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지난 5월 기자회견) 발언보다는 사과 수위가 높아졌다.
임기가 이제 절반을 지나는 시점에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논란으로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며 비상이 걸리자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사과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사과로 그 이상은 있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이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겠다는 표현까지 쓰지 않았나"라고 했다.
당초 이달 말로 검토 중이던 이번 담화와 기자회견은 여당뿐 아니라 참모 사이에서 실기해선 안 된다는 건의가 잇따르며 전날로 앞당겨졌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엄중한 상황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총 12차례에 이르는 사과 표현을 했다며 민심을 수용한 자리였다고 봤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진짜 마음이고 생각"이라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얘기도 있는데 솔직한 대답이었다"고 밝혔다.
방어에 치중하다 역효과
윤 대통령이 사과에 방점을 찍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진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저를 타깃으로 제 처를 많이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고 하는 등 정작 기자회견에서는 방어에 치중하다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듯한 발언이 이어진 탓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김 여사와 명 씨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공개하기는 그런데 일상적인 것이 많았다"는 말로 갈음했다.
기자의 "사과가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이다"라는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라며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질문에 제한을 두지 않는 기자회견 콘셉트로 윤 대통령은 125분간 26개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회견 막바지 사회를 맡은 대변인에게 "목이 아프니 이제 하나 정도만 더 하자"고 말한 것도 자리를 회피하려는 모양새로 비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사과의 이유가 불분명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내용 전반이 주관적 인식에 입각한 해명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도 국민들에 유감을 표명하는 자리에서는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창원 산단 지정 개입 의혹에 관해 "사실도 아닌 것을 가지고 명 씨에게 알려줬다고 사과를 기대한다면 그건 인정할 수도 없고 모략"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아내가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 이것도 국정 관여고 농단인가" 등 농담으로 읽히는 발언들도 점수를 까먹는 요인이 됐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기자회견인데 태도나 언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상황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에 농담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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