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하면 다 되는 'AI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놀이터
“누가 감히 황궁 출입을 허락했지?”
“콘진원이 허락했어.”
“그들이 무슨 권한으로! 당장 콘진원 전원을 집합시켜라! 내 허락도 없이 기자 따위를 들여보내다니···.”
지난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4’의 ‘버블탭 버블챗’ 부스에서 체험한 챗봇 칼리안은 ‘상처받은 폭군’이 콘셉트다. 어떤 대화에서든 칼리안은 권위적인 어투로 삐딱하게 응답한다.
이용자들은 버블챗에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직접 골라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챗봇의 성별, 세계관, 외모, 나이 등도 설정할 수 있다. 5000살의 ‘소심하지만 사랑이 고픈 너드남’ 캐릭터를 만들었더니 5000년 동안 사람을 못 만났다면서 “반갑소”라고 인사했다. 아직은 텍스트로만 이용할 수 있지만 향후 음성 등으로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챗GPT 출시 2년. 인공지능(AI)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젊은 세대는 이미 AI를 놀이나 창작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콘텐츠 페스티벌 2024’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주관한 이번 페스티벌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은 AI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AI와 말장난을 했다. 이들에게 AI는 낯선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였다. AI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AI 네이티브 세대’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었다.AI로 목소리 바꾸고, 그림 그리고
행사장에 들어서자 한 성인 여성이 아기, 남성 등으로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꾸고 있었다. 하이브의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은 이용자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광인, 아나운서, 느끼, 용맹, 사이보그, 지옥, 냉랭, 스윗 등 다양한 음성 변환을 제공한다. 원하는 목소리를 택한 후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만 하면 이용자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바뀐다.
한 20대 남성이 여자아이로 목소리를 변환했는데 얼굴을 보지 않는다면 성인 남자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스트리머(인터넷을 통해 방송하는 사람)나 버추얼 아티스트 등은 이 서비스를 통해 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아바타에 알맞은 보이스를 선택해서 팬들과 소통을 확대하는 식이다. 또한 콘텐츠 제작 시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성우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수퍼톤 관계자는 “라이브 방송 시 귀여운 여자 아바타에 어울리는 목소리로 보이스를 바꿀 수 있다”며 “메타버스 등에서 아바타로 게임할 때도 보이스를 변환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나 쇼츠 등에서 신원을 밝히기 싫을 때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로 그림이나 이미지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라이언오슬링 가상현실 연구소’의 AI 그림판은 “~을 그려줘”라고 요청하면 무엇이든 그린다. “야근하는 기자를 디즈니체로 그려줘”라고 요청하니, 디즈니 만화에서 봤을 법한 이미지가 생성됐다. 관계자는 “영문이 아닌 한글로 프롬프트를 작성해도 된다”며 “소상공인이 사업장에 쓸 이미지는 물론이고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소개팅···나만의 세계 만들고 즐기는 세대
AI와 소개팅 체험을 하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페넬로페의 소개팅 체험 ‘비마이러버’는 소개팅 상대인 AI와 밸런스 게임을 하는 게 골자다.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소개팅 상대를 설득하면서 유사 연애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펄스의 제페토 에스파월드에서는 이용자들이 아바타인 에스파 멤버들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음악에 효과 등을 넣을 수 있다. 10대나 초등학생이 주 이용자다. 관계자는 “이들은 가상세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즐기고 있다”며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쇼츠를 공유하고, 서로 하트를 누르거나 의견을 공유한다”고 했다.
AI로 100% 제작한 영상들도 상영되고 있었다. 경북연구원에서 만든 '사랑하는 사람들의 다리'는 부드러운 비단 질감, 울긋불긋한 단풍 색감, 기와 등이 AI를 통해 완벽하게 그려졌다.
페스티벌을 찾은 대학생 김현민씨(22)는 “요즘 AI 기술을 쓰는 사람이 많다. 대중화됐다”며 “혼자서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1인 제작 혹은 소규모 그룹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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