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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 (금)

명태균 의혹 해소 못한 회견···“몇 번 안 된다”는 김 여사 연락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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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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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명태균씨 의혹 등을 해소하겠다며 연 끝장 기자회견이 맹탕 회견으로 끝났다. 명씨와의 통화 녹음에서 “김영선 좀 해줘라”라는 발언은 “기억에 없다”고 했고, 오히려 “‘누구를 꼭 공천 줘라’라고 얘기할 수도 있죠”라고 반박했다. 여론조사 보고,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며 공개된 자료들과 모순되는 주장을 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명씨,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사안을 가리지 않고 질문에 답했지만 어느 것 하나 명쾌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9일 명씨와 녹음에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고 한 부분을 두고는 “기억이 없다”면서 부적절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 “(부탁이 있어도) 원리원칙에 대한 얘기만 했지 ‘누구를 공천을 줘라’ 이런 얘기는 해 본 적이 없다”며 녹음 속 발언과 배치되는 해명을 내놨다. 당시 공관위 누구에서 보고를 받았는지, 당에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요구했는지 등이 규명돼야 하지만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 논란은 취지를 잘못 전달한 참모진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어쨌든 사람이 요만큼이라도 자기(윤 대통령)를 위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 사람에게 매정하게 하는 것이 뭐하고, 본인(명씨)도 섭섭했겠다 싶어 그 때 전화를 받아줬다고 제가 분명히 참모진들한테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이 지난달 초부터 경선 이후 명씨와 접촉한 적 없다는 취지로 해명하는 동안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한달 간 ‘거짓 해명’이 이어진 데 대해 이날 사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이 “대개 그 재보궐(선거)에 나갈 사람들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고 한 것 역시 당시 정황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지난달 3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5월9일까지도 공천이 안 정해졌던 시점이지 않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내부적으로는 여러 가지 논의가 돼있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총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누구누구가 좋다 해서 저한테 알려주면 저는 그대로 인재영입위원회에 패스시켰다”며 “‘누구를 꼭 공천 줘라’라고 얘기할 수도 있죠. 그게 무슨 뭐 외압이 아니라 의견을 얘기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2022년 5월9일에는 당선인, 총선 당시에는 대통령 신분이었음에도 외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에서 “공천 개입에 대한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명씨가 대선 기간 여론조사를 보고했다는 의혹은 “명씨한테 무슨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명씨나 우리 당의 정치인들이 여론조사 발표된 것이나 또는 ‘내일 발표될 예정인데 알고만 계시라’ 이런 얘기들을 선거 때 수도 없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 캠프에서 활용됐다고 주장한 신용한 서원대 객원교수(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는 “(결과적으로) 받아서 참고하거나 활용을 했다고 하면 어쨌든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안 했다는 거 아닌가”라며 “내일 발표한다고 말해줬다면 결과는 안 물어봤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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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10월22일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메시지. 명씨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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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 후 김 여사-명씨 문자, 몇 차례 안 된다?


김 여사와 명씨의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해명은 기존에 명씨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메신저 내용과 민주당이 확보한 녹음 파일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명씨 사이의 연락에 대해 “아내는 제가 대통령 취임 후 (명씨와) 몇 차례 정도 문자나 했다고 이야기는 한다.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김 여사와 명씨가 취임 후에도 직접적으로 주고받았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만 수 차례다. 내용도 ‘일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녹음에는 2022년 6월15일 명씨가 지인에게 “지 마누라(김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했어? 명 선생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오빠가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라고 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 취임 2년 차에도 연락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명씨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메신저 캡처에 따르면 김 여사는 최근 자신이 천공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담긴 지라시를 명씨에게 보냈다. 명씨는 지난달 2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여사와 “그거(지라시) 보내는 통화도 했다”고 말했다.

명씨와 김 여사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도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한 텔레그램을 주고 받았다. 명씨의 김 전 의원 공천 요청에 김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다”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답장했다. 명씨는 지난달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취임식 이후 김 여사와 연락에 대해 “본인 같으면 그냥 텔레그램 하고 전화 안 했겠나”라며 연락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명씨는 민주당이 공개한 2022년 6월15일 지인과 한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어제 딱 한마디 했다.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 하기도 했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김태열 소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와) 수시로 통화한다고 명태균이 다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그러면 두 사람(윤 대통령·명씨) 중에 한 사람이 거짓말이냐, 안 그러면 둘 다 거짓말이냐”라고 말했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선) 경선 이후에 명씨가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하고 통화가 있었다는 말 들어본 적 있냐’는 질문에 “계속 연락을 해오고 계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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