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과 잘 지냈다"… 김정은, 트럼프 승리 축하 메시지 낼까

북한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언제 반응을 내놓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개인적 친분을 고려해 직접 축하 메시지를 건넬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30차례에 친서를 주고 받았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은 7일 오전 9시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통상 미 대선 결과를 신속하게 주민에게 알리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던 두 차례의 선거(2008년·2012년) 결과는 별도의 논평 없이 대선 나흘 뒤 노동신문에 전했다.

북한은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던 2016년 11월 8일 대선 결과는 열흘 이상 지난 19일에야 대남 비난 기사에 끼워 넣어 간접 보도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낸 것을 비난하는 노동신문 내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서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때는 약 두 달 넘게 침묵하다가 그가 공식 취임한 이후인 이듬해 1월 23일에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처음 보도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을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소식 등의 형식으로 대선 결과만을 전할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전 북한에 관해 짧게라도 언급한다면 이에 대해 답변하는 방식의 담화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리정호 코리아번영개발센터(KPDC)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김정은은 지금 복잡한 심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관계가 돈독한 나라의 경우 선거 결과가 나오는 즉시 축전을 띄운다.

지난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이 확정되자 당일 축전을 보냈다. 그 내용도 바로 공개했다. 지난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날에도 축전을 보냈다.

지난 8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럼 국가주석이 선출됐을 때도 당일 축전을 발송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분을 고려해 직접 축하 메시지를 건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30차례에 가까운 친서를 주고 받았다.

2019년 8월 보낸 친서에서 김 위원장은 “각하께서 우리의 관계를 오직 당신에게만 득이 되는 디딤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저를 주기만 하고 아무런 반대급부도 받지 못하는 바보처럼 보이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바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낮추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유세를 하면서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 그는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었을 당시 여러분은 결코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고 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