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7 (토)

[르포]"에디슨이 옳았다" 교류에서 다시 직류로, 대전환 맞은 전력 산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광주 '빅스포2024' 가보니

언팩서 에너지 신기술 선봬

아시아경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포2024'내 DC체험관내에서 관계자가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간의 전류 전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희종 기자.


지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빅스포(BIXPO) 2024' 전시장 내 마련된 DC(직류) 체험관. 부스 한 켠에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의 캐릭터가 나란히 관람객을 맞았다. 바로 1880년대 후반 있었던 에디슨과 테슬라 간의 전류 전쟁(Current War)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벌였던 두 기술 경쟁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장거리 송배전에서 유리한 교류 발전기를 선택함으로써 테슬라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이후 130년이 넘게 교류 시스템이 전력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직류로의 대전환을 맞고 있다. 있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직류에서도 전력을 먼 거리로 보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에 더해 직류는 전력 효율성이 뛰어나 전기 요금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도 직류로 생산하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원과 연계성도 우수하다. 가전제품의 경우 교류를 직류로 전환하는 부품을 탑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6일 빅스포2024 개막식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미래 전력망 확충과 국내 전력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DC 비전'을 선포했다. 김 사장은 "전남 서거차도에서 직류배전망 독립섬 실증사업을 한 결과 기존 교류 대비 에너지 효율이 10% 이상 향상됨을 확인했다"며 "전력시스템의 표준이 교류에서 직류로 바뀌는 이 흐름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향후 DC 인프라 공급 확대, 기술혁신과 표준화 주도, DC 요금제 등 공급 정책과 시장 조성 등의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7일에는 관계기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K-DC 얼라이언스'를 발족해 직류 분야 글로벌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아시아경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빅스포2024'내 DC 체험관에 전시된 직류 전력을 이용한 스마트홈 가전 시스템. 강희종기자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에 따르면 교류에서 직류로 전환할 경우 6대 가전 기기의 연간 전기요금을 6조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 한국 전력은 1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7조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다만 국가적인 전력 시스템을 전환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직류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공사비를 제외하고도 약 30조원을 추산하고 있다"며 "과거 110볼트(9V)에서 220V로 전환 시에 40년이 소요된 것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7일 전남 나주에 있는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에서 한전 관계자가 실증중인 중전압직류송전( MVDC)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희종기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구간에서 고전압 직류송전(HVDC)을 상용화한 상태이며 저전압직류송전(LVDC)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다. 중전압직류송전(MVDC)는 현재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MVDC를 실증하고 있는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신안군 일대나 나로호 발사 단지에 MVDC를 설치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스포2024의 최대 볼거리는 올해 처음 도입한 언팩(Unpack) 행사였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언팩 행사에서 처음으로 바나듐이온배터리(VIB)를 이용한 '에너지 타일'을 선보였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로부터 안전하다.
아시아경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포2024' 언팩 행사에서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가 에너지타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강희종기자


이날 선보인 에너지 타일은 바나듐이온 배터리를 타일 형태로 만들어 실내에 부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실내용 에너지저장장치(ESS)인 것이다. 그동안 ESS는 화재 위험으로 주로 실외에 설치됐다. 바나듐이온 배터리는 발화 위험성이 없어 실내 설치가 가능하다. 이날 스탠다드에너지는 드릴로 에너지 타일을 관통해도 발화하지 않고 계속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연하기도 했다.

박정석 코리아모빌리티 대표는 허브리스 자전거를 선보였다. 허브리스 자전거는 허브 및 바큇살을 이용하지 않고 림을 회전시키는 전동 기술을 이용한 전기 자전거다. 이 기술은 스쿠터, 모터사이클, 전동 휠체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허브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바퀴 내부에 전자종이 디스플레이(EPD)를 장착해 광고 매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의 유명 축구 구단이 이를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노노바이크'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포2024 언팩 행사에서 박정석 코리아모빌리티 대표가 허브리스 자전거를 발표하고 있다. 강희종기자


우성훈 아모지 대표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인 파워팩을 선보였다. 아모지는 암모니아를 수소로 크래킹한 뒤 곧바로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다. 이미 미국에서 드론과 트랙터, 대형 트럭(300kW급)에 이어 현재 선박(1000kW급에서도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우성훈 아모지 대표가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포2024' 언팩 행사에서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모지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동문 4명이 창업한 회사로 미국 브루클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아람코, 고려아연, SK이노베이션으로 투자를 받은 유니콘 기업이다. 우성훈 대표는 "암모니아는 중공업 탈탄소의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며 "현재 양산 시설을 건립중이며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팩 행사에서는 이외에도 포네이처스가 미세조류를 활용한 공기정화 및 탄소 저감 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이 세계 최초 1메가와트(MW)급 직류배전 시스템, LS일렉트릭이 친환경 초전도 전력 시스템, LS전선이 부유식 해상풍력용 해저 케이블을 선보였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