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바이든과 차별화 못해…아랍계·흑인 등 지지층 분열
트럼프, 콘크리트 유권자 기반…'강한 사람'이란 인상도 줘
6일(현지시간)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카운티 컨벤션센터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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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확실시된 가운데 이른바 트럼프 승리를 불러온 주 원인으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꼽힌다.
바꿔 말하면 해리스가 바이든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뜻으로, 바이든 시대를 더는 겪지 않고 싶다는 변화의 민심이 트럼프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번 대선은 앞선 선거 기간 동안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당초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이 6월 TV토론에서 트럼프에게 판정패하고 7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 카운티 유세 도중 총격 사건을 당한 뒤 민주당 후보는 해리스로 교체됐다. 해리스는 이후 전당대회, TV토론을 통해 승기를 쥐어가는가 싶더니 10월 중순쯤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여러 요인들 중 주된 영향으로 파악된 것 중 하나는 해리스가 준비가 안 된 후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10월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신이 지난 4년간 대통령이었다면 바이든과 다르게 할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나는) 영향을 미친 대부분의 결정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측에 '해리스는 자격이 없는 후보이자 변화를 줄 수 없는 후보'라는 먹잇감을 제공했고 민주당 측에서마저 지적이 나왔다.
해리스로서는 바이든 정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만큼 현 정부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기 어려웠겠지만 이는 바이든 정부 하에서 진행형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이민·국경정책에 대한 불안감,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헤즈볼라 등)에 불만을 갖고 있는 유권자 전반에 굉장한 실망감을 안긴 것으로 분석된다.
뒤늦게 해리스가 차별화에 나섰지만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려웠다.
지난달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기고된 '해리스가 지고 있는 4가지 이유'라는 오피니언 글에서도 해당 인터뷰가 지적됐다.
이 글에서는 "(해리스의) 답변을 들은 해리스 캠프와 주류 언론, 민주당 엘리트들의 충격과 실망의 비명은 워싱턴 지역 곳곳에 지진계를 울렸을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는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라는 점, 그 자체가 무기이기도 했다. '4년 전보다 지금의 경제 상황이 낫느냐'며 일부 유권자들의 윤색된 기억을 적극 활용해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자신은 '변화의 후보'임을 강조했다.
해리스는 낙태권, 트럼프는 이민·국경정책을 이번 대선의 무기로 들고 나온 가운데 사실상 여성 문제에 국한된 낙태권보다는 이민·국경 관련 사안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파급력을 일으킨 것으로도 보인다.
BBC는 최근 두 후보에 대한 각각의 승리 이유를 찾는 글에서 "불법 이민에 대한 그(트럼프)의 경고는 공감을 얻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민·국경 문제가 미국 내 범죄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유세를 하고 있다. 2024.11.0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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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 면에서도 해리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부딪히고 있는 가자전쟁,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충돌하고 있는 중동 전쟁에서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휴전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특히 아랍계를 중심으로 이스라엘만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랍계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으로 꼽히나 이번 선거에서 미국 내 일부 아랍계 단체는 '지지후보 없음'을 선언했다.
해리스는 또 다른 전통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의 지지도 온전히 갖고 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월에 발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의 흑인 유권자 589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해리스는 78%, 트럼프는 15%의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이전 민주당 후보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로 평가받았던 터다.
여기에는 민주당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성별 문제까지 연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확연히 적었다.
'노동자 표심'도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승패를 결정할 경합주에 속하면서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로 꼽히는 3곳(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모두 트럼프가 승기를 쥐었다.
세 곳 모두 한때 민주당 텃밭으로 일컬어져,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인용해 '블루 월'(Blue Wall·파란 장벽)로 불렸던 곳이다.
BBC는 "학위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트럼프는 자신이 잊히고 소외됐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면서 노조원과 같은 전통 민주당 유권자들을 공화당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는 '콘크리트 유권자'를 기반으로 지지율을 내내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는 1·6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 선동 건 등의 혐의로 전·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이기도 했지만 '40%대의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울러 민주당 안팎에선 트럼프의 언행을 무책임하고 선동적이라고 평가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트럼프가 '강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남긴 것으로도 읽힌다.
BBC는 "트럼프의 비방자들은 그가 권위주의 지도자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미국의 동맹을 훼손한다고 말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예측 불가능성을 장점으로 여기며, 자신이 백악관에 있었을 땐 (지금의) 주요 전쟁들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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