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 없다"더니…'경복궁 낙서' 사주범 자산 몰수보전

경복궁 담벼락에 '불법 공유 사이트' 낙서.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경복궁 담장 낙서' 배후로 지목된 일명 '이 팀장'과 자금세탁범 일당이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민종)는 강모(30)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강씨에게 수수료를 받고 자금 세탁에 가담한 박모씨 등 일당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에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올려주는 대가로 받은 범죄 수익 2억5520만원을 세탁해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 서울중앙지검

강씨는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박씨 등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비를 이체받도록 하고, 이를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가상자산을 사들이게 한 뒤 다시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범행은 검찰이 경복궁 낙서를 10대 남녀에게 사주한 혐의로 강씨를 지난 6월 구속기소 한 뒤 그의 불법 광고 수익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홍보가 주목적이었던 해당 사건에서 강씨는 경복궁 문화재 보호법 위반, 도주 등 혐의로 6월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에 낙서하게 시킨 30대 남성이 지난 5월 2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복궁 낙서를 복구하는 데에만 약 1억3000만원이 들었는데도 강씨는 "범죄 수익이 크지 않아 보유 자산이 전혀 없다"고 발뺌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7월 강씨의 자금세탁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휴대전화 포렌식 정밀 분석과 계좌 추적 결과 검찰은 강씨가 휴대전화에 설치한 핫 월렛(Hot-Wallet·온라인 연결 지갑)에 가상자산 약 2500만원을 보유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그가 보유한 자산 5500만원, 골드바 1개(시가 500만원 상당)를 추가 확보했다.

검찰은 강씨가 숨겨둔 총 8500만원 상당 범죄수익을 몰수 보전했다. 나머지 범죄 수익도 추가로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몰수보전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 확정 전에 빼돌릴 우려에 대비해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하는 조치다. 강씨와 박씨 등 일당 3명은 지난달 혐의를 모두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범죄자들이 범죄로부터 수익 1원도 얻지 못하도록 자금 세탁범죄를 엄단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씨의 첫 변론기일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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