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재배농가 늘어
수입산 대비 신선도 강점
초기 투자비 탓에 값 비싸
"사과·딸기 아성엔 아직"
서울 은평구 롯데마트 은평점 '그랑 그로서리'에서 한 시민이 열대 과일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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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유기농 바나나, 충남 부여 망고, 제주 패션프루트···. 최근 대형마트들이 국산 열대 과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①이마트는 올해 고창군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 2만7,000여 팩을 판매했다. 가격은 한 팩(3, 4개)당 약 6,000원이다. 현재 2,000원에 할인 판매하는 에콰도르산 바나나 10개짜리 한 송이(1kg)보다 훨씬 비싸지만 국산 유기농 바나나인 탓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였다고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는 연중 27도의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 국내 기후와는 맞지 않지만 최근 고창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게 돼 점포별로 소량씩 놓고 판매했다"고 했다.
②홈플러스도 8월 제주산 패션프루트(백향과)를 3만5,000팩을 선보여 다 팔았다. 냉동으로 유통되는 수입산 패션프루트와 달리 신선한 생과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홈플러스는 내년부터는 내륙 공급이 상대적으로 쉬운 전남산 패션프루트를 판매할 계획이다. ③롯데마트도 7, 8월 제주산 망고와 패션프루트, 용과를 판매했다. 롯데마트 측은 "국내 열대 과일 생산 면적이 늘어나 고객의 과일 쇼핑 선택지를 늘리기 위해 국산 제품을 선보였다"고 했다.
실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은 2022년 기준 188.8헥타르(㏊·1ha는 1만 ㎡)였다. 5년 전인 2017년(109.5㏊)과 비교해 72% 급증했다. 이는 예전에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 지역에서만 주로 재배되던 작물들이 내륙에서도 자랄 수 있게 된 결과로 해석된다. 바나나의 경우 제주와 고창, 경남 진주와 합천 등지에서 출하되고 있다. 망고는 제주와 전남 영광, 경남 통영·함안, 충남 부여에서 생산되고 있다.
다만 열대 과일이 대형마트 과일 매대에서 핵심 제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따뜻한 남부 지역이더라도 연중 아열대 기후가 아니기 때문에 열대 과일을 재배하려면 시설 투자를 통해 하우스재배를 해야 한다"며 "대량 재배가 어렵고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올해 1~10월 이마트의 과일 매출은 사과·딸기·토마토 순이다. 홈플러스(사과·토마토·딸기) 롯데마트(딸기·사과·바나나) 또한 마찬가지다. 여전히 국산 사과·딸기 판매량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마트 관계자는 "가격, 물량 등의 문제로 열대 과일은 아직은 특정 시즌에 소량씩 선보이는 상품 성격이 더 강하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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