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고생 살해' 박대성, 혼자 있는 업주도 노렸다

"피해자 살해 후 범행 대상 추가 물색"

"식칼 가린 채 홀로 영업하는 업주 노려"

박대성 "기억 안 나…생각하기 나름" 주장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를 받는 박대성(30)이 지난달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전남 순천에서 길을 가던 고등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박대성(30)이 추가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는 검찰의 판단이 나왔다.

5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용규)는 316호 법정에서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대성의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박대성이 A양(18)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후에도 흉기를 소지한 채 노래방 업주 등을 살해하려 한 것을 보고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했다. 박대성은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 설명에서 "박대성은 길을 걷던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800ｍ를 이동하다,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피해자를 흉기로 찔렀다"며 "저항하는 피해자를 수회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대성은 슬리퍼가 벗겨진 상태로 도주한 후 티셔츠로 식칼을 가린 채 혼자 영업하는,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을 추가로 물색했다"며 또 다른 살인을 준비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먼저 방문한 주점에서는 주인이 (박대성의) 맨발 상태를 경계하자 뛰쳐나갔다"면서 "이후 방문한 노래방에서도 접객원을 부르고 문을 닫아달라 요구했으나, 그의 문신을 무서워한 업주가 거절하자 또 뛰쳐나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박대성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해당 의견서를 통해 "살인은 인정하나 살인 목적의 2차 범행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기억이 없다"며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주장으로 혐의 일부를 시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변호인과 상의 후 다음 기일에 의견을 정리해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성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며 재판장의 질문에 짧게 "네" 정도의 대답만을 이어갔다.

이날 피해자의 유가족과 지인들은 재판을 지켜보며 눈물을 쏟아냈다. A양의 어머니는 재판 도중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발언권을 받았으나 오열하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 변호인은 엄중한 처벌을 통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해자 지인으로 보이는 친구들 역시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박대성의 다음 공판은 오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박대성은 지난 9월 26일 0시 44분경 순천시 조례동의 한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고등학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검찰은 박대성이 경제적 궁핍, 가족과의 불화, 소외감 등이 누적된 상태로 개인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박대성의 신상과 머그샷 얼굴 사진은 범행 수단의 잔인성, 국민의 알 권리 등을 고려해 경찰 수사 단계에서 공개된 바 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