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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사설] 인건비 부담만 키우는 정년연장은 사상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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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조경태 특위위원장은 5일 브리핑을 통해 내년 초 법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하겠다며 “국민연금 미스매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연동한다는 부칙 조항을 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국가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17년 만에 고령사회가 됐다. 내년이면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간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진 일본보다 빠른 속도의 이행이다. 올해부터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가 법정 정년 60세를 적용받아 은퇴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성장률을 약 0.4%포인트(p)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학적 현실이 엄중한 만큼 60대 고용에 대한 고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 책무에 가깝다. 하지만 정년연장 법제화 카드부터 내미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했다. 기업 생태계의 엄혹한 현실을 제대로 살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의 고령자 고용 정책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 대기업 10곳 중 7곳이 정년 연장에 부담을 느낀다는 통계가 때마침 오늘 발표됐다. 121개 응답 기업 노무 담당자의 67.8%가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연공·호봉급 체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26.0%)을 꼽았다. 결국 ‘고령자 고임금’을 구조화하는 연공서열 문화가 걸림돌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억지춘향 식의 법제화로 기업만 들볶아선 안 된다. 국부를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우수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대피하는 부작용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겠나.

쌍방향 소통에서 지속 가능한 정답을 찾아야 한다. 기업 관점에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령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적절한 방식은 퇴직 후 재고용(71.9%)이 이번 한경협 조사에서 1위로 꼽힌 점이 이런 맥락에서 눈길을 끈다. ‘윈윈 게임’ 처방일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정년제가 있는 36만3817개 표본 사업체 중 36%(13만981개)가 재고용 제도를 운용했다. 현재 적용되고 있고, 미래에도 응용할 수 있는 ‘고령자 고용촉진’ 비책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대목에서부터 진솔한 연구와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행정안전부, 대구시가 최근 노사 협의로 공무직 공무원의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괄적인 정년연장은 공적 영역 일각을 넘어 민간 영역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제도 변화여서 신중히 임할 일이다. 신기루를 좇아서는 곤란하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키우는 정년연장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답안을 짜야 한다. 일본은 2004년 65세 고용확보를 의무화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노사 자율에 맡겼다. 최근 통계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 10곳 중 8곳은 계속고용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벤치마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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