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멋진 신세계, AI]④AI가 준 기회, AI에 뺏길 위험…저임금 '유령 노동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곳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입니다.

전 세계 AI 분야의 한 축을 이곳 인도가 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산업인지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벵갈루루 시내의 한 사무실입니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서 직원 수십 명이 눈을 떼지 못합니다.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여러 업체들의 데이터 레이블링을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외국 자율주행 기술 업체들의 의뢰를 받아 거리의 영상 속 사물들에 자동차, 신호등, 건물 등으로 이름 붙이는 작업, 레이블링을 해 줍니다.

[할리케리 / 데이터 레이블링 업체 CTO : 고객사 이름은 공개할 수 없습니다. 인도, 일본, 미국, 독일의 OEM, 그리고 중국 기업 등에서도 일부 데이터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 다양한 국가, 주로 독일과 70~80%, 10%는 미국, 나머지는 일본과 한국 등입니다.]

AI 산업의 빠른 성장과 함께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할리케리 / 데이터 레이블링 업체 CTO : 여전히 다양한 도로 조건에서 많은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가 운전자 없이 아무런 방해 없이 주행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100% 충족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와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개발 및 연구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다양한 도로 조건,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차량을 테스트하고 있고 훈련 중입니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AI 성능을 좌우하는 데이터 서비스 산업이 인도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값싼 노동력 때문입니다.

[나가라즈 나이크 / 데이터 레이블링 업체 프로그램 매니저 : 가장 큰 요인은 비용입니다. 인도는 비용 효율성이 매우 높은 국가이고, 비용도 비용이지만 우리가 하는 일의 효과와 품질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인도를 AI 노동 서비스를 위한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AI 데이터 레이블링 종사자 약 40만 명 가운데 20%가 이곳 인도에 있습니다.

인도의 레이블링 산업은 앞으로 6년간 연평균 29.4%의 고성장이 예상됩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 업무 특성 때문에 시골 지역 청년들과 여성들의 채용이 늘고 있습니다.

[나가라즈 나이크 / 데이터 레이블링 업체 프로그램 매니저 : 저는 기본적으로 기계공학 출신이라 진로를 바꿔서 IT 분야에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서 중간 직급도 쉽게 구할 수 있고, AI 데이터 레이블링 분야는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와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데이터 레이블링 업체가 좋은 선택,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의 95%는 소도시나 시골 마을에서 온 청년들입니다. 저희는 시골 지역의 청년들에게 첫 직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별도 다양합니다. 저희 회사 직원의 52%가 여성이고 48%가 남성입니다.]

지방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만주나트 씨. 대학 후배 비내이 씨와 함께 재택근무 형태로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만주나트 /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자 : 요즘엔 기계공학 분야가 조금 침체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IT 분야로 전향했죠. 이유는 급여 때문입니다.]

첫해 우리 돈으로 3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이 주어지지만, 지원자는 몰리고 있습니다.

[비내이 /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자 :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은 좋은 기회입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우린 기본적인 데이터 작업을 하고 데이터를 제공하면 됩니다.]

반면 레이블링 산업이 전공과 경력을 불문하고 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아는, 인도의 대졸 청년, 특히 여성 노동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이들을 단순, 반복의 저임금 노동에 가둬버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용주 / 인도 현지 채용업체 대표 : 예전에는 C레벨부터 블루칼라(생산직)까지 피라미드형으로 이렇게 수요가 늘어났다면 (최근엔) 모래시계형으로 바뀌고 있거든요. 구직이 더 어려워질 거고 그런 부작용이 인도 시장에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개발 국가, 저임금 청년들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령 노동'을 발판으로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는 AI 기술은, 어느덧 스스로 만들어 낸 유령 노동자들의 일자리조차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만주나트 / 데이터 레이블링 작업자 : 사실 저는 제 직업을 다른 분야로 바꾸고 싶습니다. AI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체할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자동차를 직접 레이블링했지만, 지금은 AI가 자동으로 자동차를 감지합니다. 레이블링 초기에는 10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AI 때문에 한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취재 : 정성진,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최재영·장예은,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정성진 기자 captain@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