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수교에 앞서 미국과 소규모 안보·방위 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양국은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안건을 제외한 안보·방위 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미국과 사우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하기 전에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스몰딜에는 안보·방위 분야뿐 아니라 경제·기술 협력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사우디 수교를 전제로 논의됐던 △미국·사우디 상호방위조약 △민간 핵 프로그램 지원 △우라늄 농축 허용은 안건에 오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 전쟁이 벌어지면서 수교 논의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중재하면서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하면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모로코, 바레인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의회(크네세트) 연설에서 "아랍 국가들과 평화를 이루기 위해 겪었던 과정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이에 대해 사우디와 수교를 언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 평화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란을 견제하려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사우디 국방력도 강화돼야 한다. 중동에서도 수니파(사우디)와 시아파(이란)가 오랫동안 계파 갈등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로서는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위해 사우디를 껴안아야 한다.
미국이 사우디와 안보·방위 협정을 추진하는 데에는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중국은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를 끌어내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사우디·중국이 경제 협력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러시아·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도 지난 1월 사우디를 정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미국이 사우디에 '당근'을 건넨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도 화답하고 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미국과 협력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협력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중국과 가까워지고 러시아에서 전략 시스템을 구매하던 국가들이 미국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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