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두가 함께 쓰는 둘레길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배트민턴장이나 헬스장 등이 있습니다. 회원을 모집하고 회비도 거두면서 허가받은 것처럼 운영하는데, 알고 보면 남의 땅에서 불법 운영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여기 보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둘레길입니다. 이 둘레길 양쪽으로 초록색 천막이 쳐져 있는 건물들이 보이는데 어떤 건물인지 한번 직접 가보겠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벽면에 보니까 올해 회비를 낸 회원 명단이 있는데 적게는 3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10만 원까지 회비를 냈다는 표시가 있고요.
회원 수가 151명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네요.
제가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건 이렇게 전기 설비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난로 같은 온열기가 많이 있다는 건데요.
여기도 이렇게 난로가 있고 또 여기는 전기 온열기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소화기가 있긴 있는데 보니까 2004년에 만든 거라서 사용 기한이 훨씬 지난 그런 상태입니다.
1980년대 초 주민들이 만들었다는 헬스장. 당시 조직된 한 체육회가 월 회비를 거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 보면 '본 시설은 회원님들의 후원금과 회비로 운영되는 시설입니다.
회비는 기구 수리 및 보수에 쓰여집니다. 회원 가입하시고 운동하십시오'라고 되어 있네요. '지자체와 관계없는 시설입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관할 구청 확인 결과, 이 체육회와는 무관한, 다른 사람 땅에 들어선 무허가 시설이었습니다.
[등산객 : 기분 나쁘게 '여기 회원이 아니시면 회원으로 가입해라, 지금은 아니니까 나가라'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바로 나왔죠.]
요즘엔 비회원이 와도 뭐라 안 한다는 게 회원들의 설명.
그런데 취재진 앞에서 회원들끼리 언성이 높아집니다.
[헬스장 회원 : '여기 회원이십니까?' 물어봐요. 그래서 '여기 회원 아닌데요' 그러면 '여기 회비가 3만원'이라고… {아, 회비 얘기하지 마세요. 어르신! 회원 아닌 사람이 3분의 1은 와요. 그래도 다 우리가 환영해줘요.} 아니, 그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야지.]
선거철마다 지역 정치인들이 인사를 오다 보니, 무허가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시설이 됐습니다.
[헬스장 회원 : 와서 명함 돌리고 그래. 여기 잔치할 때도 와서 인사하고 가잖아.그 명함 돌리러는 오지.]
여론은 엇갈립니다.
[등산객 : 불법 건축물이라도 누구라도 원하는 사람이 와서 운동을 하든 휴식을 하든 할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은데 꼭 그 모임에 있는 사람들만 딱 사용한다니까 좀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죠.]
반면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 눈치 안 보고 저렴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철거가 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청 관계자 : 약간 '만남의 장'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희도 '아, 이걸 가지고 어떻게 정비를 당장 해야 되겠다' 해서 정비를 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배드민턴장도 비슷합니다.
서울 시내 한 동네 뒷산.
배드민턴 클럽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네요. 안에 보면 이렇게 배드민턴 한 개 코트가 있고 오른쪽에도 지금 문틈으로 한번 좀 카메라를 넣어주시죠. 안쪽에도 실내 배드민턴 코트가 이렇게 마련이 돼 있습니다.
전기 콘센트, 전기 주전자, 조명 시설도 보입니다.
월 1만 5천원 회비를 내야 이용 가능한 이곳.
동네 주민에게 이 시설에 대해 물었습니다.
[동네 주민 : 불법은 아니죠. 구청에다 허가를 맡고 하는 거지. 구청에서도 맨날 나오는데 그 양반들이 보면 가만히 있겠어요? 벌써 철거시켰지.]
꽤 오래된 곳이라 주민들도 합법이라 생각하는 이곳.
취재결과, 공유지에 들어선 무허가시설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지난 4월에 이미 구청에서 이 배드민턴장 시설물은 위법 시설이다. 그리고 안에서 취사 행위를 하는 것 등은 다 위법 활동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냈고 오는 7월 31일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했는데 이미 3개월이 지났지만 그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배드민턴장 역시 공유지를 무단 점유한 무허가 시설로 확인됐습니다.
이곳 동호회 관계자에게 회비를 내야만 쓸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배드민턴 동호회 관계자 : (회비) 안 내면 이용을 못 하죠. 우리는 우리가 지어서, 우리가 야장을 지어서 한 거고, 어디 뭐 정부 지원받고 하고 이런 등등이 아니에요. {그럼 얼마예요?} 가입비 10만원에 월 1만원.]
[서울 동작구청 관계자 : 대체 배드민턴장을 만들어주고 그걸 흡수하는 쪽으로, 일단 거기는 '불법 시설이다'라는 걸 인지시켜주고, 언젠가는 철거돼야 하는 상황…]
법규가 불명확했던 과거, 자신들이 손수 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그들만의 공간'으로 쓰이는 무허가 체육시설은 전국에 많습니다.
모두가 누려야 할 녹지에서 누군가는 동호회라는 울타리를 치고 그들만의 공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자체는 별다른 처리 방안이 없다면서 불법 건축물 처리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요? 밀착카메라 이가혁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장준석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홍성민]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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