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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패배 승복' 전통이 또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0년 대선처럼 대선 후보와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소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선거가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재검표를 요구하거나 선거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등 승자보다 패배 승복 여부가 미국 대선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3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선거당국이 폭력을 비롯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전례 없는 보안 계획을 가동했다고 전했다. 개표 본부를 보호하기 위해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하거나 선거 업무 담당자를 위한 비상 버튼·드론을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사법당국은 응급구조대를 대기시키는 것은 물론 경찰을 추가로 배치했고, 네바다·워싱턴주는 주방위군을 대기하도록 했다. 주 전체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애리조나주 국무장관은 방탄조끼를 입을 계획이다.
선거일에 이 같은 '준전시체제'를 적용하는 것은 2020년 대선의 '악몽'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음모론을 거론하자 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나왔고,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하는 등 소요사태가 발생했던 바 있다.
2020년 대선은 미국 정치의 '승복 전통'을 깬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정치의 승복 연설은 의무는 아니지만, 승자에 대한 예우뿐 아니라 지지자들의 패배감을 달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서 고어 후보는 재검표를 요구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결에서 패배했음에도 국민의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올해 대선에서도 2020년 대선 때처럼 선거 불복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여러 차례 '조건부'로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민주당이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 사기'를 저지를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둔 이날도 펜실베이니아주 리티츠 유세에서 2020년 대선을 거론하며 "백악관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이 망할 것(this damn thing)을 훔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유권자 신원 확인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서명됐다. 그들은 사기를 치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압승'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패배의 결과가 나타났을 경우 지지자들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각 후보 측이 제기할 재검표 요구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미 주(州)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24개주와 워싱턴DC는 특정 표차 이내일 경우 재검표를 의무화하고 있다. 경합주인 애리조나(0.5%포인트 이하), 미시간(2000표 이하), 펜실베이니아(0.5%포인트 이하) 등이 해당된다. 조지아에서는 후보가 0.5%포인트 이하 격차로 패하면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고, 노스캐롤라이나는 0.5%포인트 차 이하거나 1만표 차 가운데 더 적은 표차에 해당하면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주요 경합주에서 초박빙 승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검표 요구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7대 경합주의 투표 의향 유권자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조지아 등 4곳에서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살짝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네바다에서 49%의 지지율을 받아 3%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돌렸다. 노스캐롤라이나(48%)와 위스콘신(49%)에서는 2%포인트 차로, 조지아(48%)에서는 1%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우위였다. 펜실베이니아(48% 대 48%)와 미시간(47% 대 47%)에서는 동률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리조나(49% 대 45%) 1곳에서만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7개 경합주 7879명(오차범위 ±1.3%포인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해리스 부통령의 우위는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는 근소한 것으로, 이러한 초박빙 승부는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NYT 분석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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