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명태균 녹취록 놓고 尹 직격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소위 '명태균 녹취 파동'과 관련,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과 문자가 공개된 것은 그 자체로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참모진 개편 및 개각 △국정기조 전환 등을 촉구했다.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대외활동 즉각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며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사과를 공개 촉구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한 대표는 앞서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명 씨 간 통화 녹취를 공개하자 대통령실이 '위법 요소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서도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라며 "국민들께서 듣고싶어하시는 말씀은 전혀 다른 것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한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명태균 사건 엄정·신속 수사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 및 정부 전면 개각 △국정기조 전환 등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우선 명 씨 녹취 파동 이후 국민여론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로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통령 면담 당시 제시한 바 있던 '대통령실 인적 쇄신'에 더해 전면 개각을 요구한 것이다.

또 그는 "국정기조의 전환이 반드시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며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졌다는 걸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기조의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인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즉시 진행해야 하는 것은 이제 너무 당연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법에 당연히 하게 돼 있는 특감을 임명하는 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보수는 공멸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명태균 녹취 파동 이후 야권으로부터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특감 임명 요구안을 재강조한 것이다.

또 그는 이 같은 본인 요구조치와 관련 "당내 원로·중진 여러분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고, 지금이 위기란 점과 변화와 쇄신이 신속하게 필요하단 점에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전날엔 원로인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긴급 회동하고, 중진들이 포진한 시·도지사 협의회도 쇄신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한 대표는 한편 야당을 겨냥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중대 범죄 혐의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 아예 헌정을 중단시켜 버리자는 것"이라며 "어떤 이름을 붙인 헌정중단이든 국민과 함께 국민의힘이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막을 수가 없다"며 "그 뻔히 속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강조했다.

그는 명태균 녹취 파동의 핵심 사안인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개입 의혹 등을 두고도 "제가 이끄는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브로커에 끌려다닐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 "지금의 우리 당은 문제되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단칼에 잘라낸 정당"이라고 강조하는 등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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