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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재택근무가 앞당긴 AI 확산… 美 시카고 마천루가 비어간다 [AI, 미래 직업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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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실 넘치는 라살 거리
상품거래소 인근 금융가 '텅텅'
코로나 이후 AI로 업무대체 가속
사무실 공실률은 10%→22.5%
생성형 AI에 설 자리 잃은 예술가
아카데미 문닫고 학생들도 짐 싸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은 일상화가 됐다. 올해는 AI가 노벨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이처럼 우리는 AI가 불러온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획 취재의 시작점은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기획 기사는 AI에 의뢰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AI가 지시한 취재 방식에 따라 추천한 지역을 찾았고 요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사 작성만 기자가 직접했다. 이번 4회는 AI가 기획 기사로 제시한 세번째 주제이자 두번째 현장 르포다. AI는 최근 AI 기술 도입으로 침체로 이어진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 현장 취재를 제안했다. 코로나19와 AI 기술 도입으로 시카고에서는 기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가 촉발한 재택근무와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영향으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공실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루이스 베텐코트 시카고대 교수가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본지 기자에게 시카고의 구도심인 라살 거리 상황을 소개해주고 있다. 시카고 라살 거리의 오래된 건물 1층 상가가 비어 있다. 상품거래소까지 이어지는 거리의 절반 가까운 상가가 문을 닫았다. 사진=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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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시카고(미국)=강명연 노유정 기자】 "시카고의 오래된 고층빌딩 일부는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어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기업이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이 이런 현상을 가속시킬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도시 변화에 대해 연구 중인 루이스 베텐코트 시카고대 진화생태학 교수의 이야기다. 챗(Chat)GPT의 제안으로 본지는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찾아 베텐코트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AI 도입에 따른 영향을 볼 수 있는 현장을 문의하자, 시카고 구도심인 '라살 거리'로 동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찾은 라살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말이라 직장인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소수의 관광객만 종종 보였다.

■상품거래소 앞 불 꺼진 사무실·상가

라살 거리는 뉴욕 월스트리트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가다. 곡물과 금, 원유 등 원자재를 거래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를 비롯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과 미국 대형은행 노던트러스트 본사 등 굵직한 금융기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가의 침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부터 시작됐다. 거리두기와 기술발전이 재택근무를 늘리면서 고용이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무실 공실률은 가파르게 올랐다.

베텐코트 교수는 "코로나19와 함께 AI 등 기술이 사무직, 회계를 비롯한 분야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기업들은 직원을 줄이고 있다"며 "변화에 맞춰 도시를 재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과거에 지어진 건물을 한 번에 바꿀 수 없어 어려움(공실)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은 메타,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규모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베텐코트 교수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재택 이후 직원들이 일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도 확인된다. AI가 사무직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이에 따른 도시 변화를 통해 AI가 산업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평일에 다시 찾은 라살 거리는 빈 사무실이 더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거리 양옆으로 서 있는 오래된 건물을 보면 5~10개 층이 전부 불이 꺼져 있기도 했다. 식당이나 은행 등 매장 대신 임대광고가 붙어 있는 1~2층 상가도 절반 가까이였다. 점심시간에 찾은 CBOT 역시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시카고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브래드포드 앨런 보고서에 따르면 시카고 오피스 공실률은 올 3분기 기준 22.5%를 기록했다. '루프(Loop)'로 불리는 중심업무지구(CBD)는 25%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10% 초반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 이후 올해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평균 임대료는 꾸준히 하락세다.

일리노이 주정부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경비원 A씨 역시 "불 꺼진 층은 모두 공실"이라며 "주정부 직원 일부는 재택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것으로 안다. 대부분은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예술가들 AI로 대체"

시카고를 떠나거나 사무실 규모를 줄이는 기업은 계속 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2021년 수천명의 직원 등 본사 운영인력 대부분을 줄이거나 도시 밖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본사는 시카고의 대표 고층건물인 윌리스타워에 입주해 있어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본사를 옮긴 보잉, 타이슨푸드(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도 코로나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사무실 규모를 줄였다.

미술 분야 역시 AI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대학인 펜실베이니아 미술아카데미(PAFA)가 올해 초 폐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시카고에 있는 미국예술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 College) 역시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이 학교들은 코로나 이후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미술가들이 설 자리를 빼앗은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벤 자오 시카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게임회사 등이 고용하던 유명 예술가들이 AI로 대체돼 직업을 잃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진학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종업계 종사자와 학생들 역시 생성형 AI가 디자인 등 예술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미국예술아카데미 인근 드폴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영화를 전공하는 엘라 시메카(20)는 "영화계에서도 AI가 대본을 쓰고 있다고 한다"며 "많은 분야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편리해지는 측면이 있겠지만 산업과 교육 제도를 망가뜨릴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또 시카고의 한 금융회사에서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는 권채린씨(31)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자료조사는 이미 AI가 도와주고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AI가 계속 좋아지면 디자이너는 뭘 해야 하나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챗GPT 4o에 묻자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금융과 비즈니스 중심지였지만, 기술변화가 가져온 급격한 전환으로 인해 고용구조와 공간 사용패턴도 변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카고가 AI 등 기술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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