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북한 최선희 외무상을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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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이어 북·러가 ‘북한 지도부의 억제 조치’를 러시아가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용인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러시아로부터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노림수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지난 1일 ‘전략 대화’를 진행한 결과를 공보문 형식으로 전했다.
공보문에 따르면 북·러 외교 수장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기타 지역들에서 정세 격화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그 추종 국가들의 도발 행위 때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어 “러시아 측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침략 정책을 억제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조선(북한) 국가 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도 홈페이지를 통해 회담 결과 자료를 공개하고 “러시아 측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공격적인 정책을 억제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가 취한 조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전쟁 억제력” 또는 “핵 억제력” 등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핵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수 차례 썼던 표현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31일 북한이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싸일(ICBM)”이라고 주장한 ‘화성-19형’ 발사 현장에서도 “적을 다스릴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강조했다. “핵무력 강화 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9형 발사를 통해 “전략적 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과시했다”고도 주장했다.
러시아도 통상 핵 전력을 통한 전략적 억제를 지칭할 때 ‘억제’란 표현을 써 왔다. 이 때문에 북·러 공동 발표문에 등장한 “미국의 침략 정책을 억제하기 위해 북한 지도부가 취한 조치”는 북한의 핵 개발을 러시아가 간접적으로 용인한단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포탄 수 백만 발과 병력을 넘기는 대가로 북한이 노리는 반대급부 가운데 하나로 핵 보유국 인정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앞서 푸틴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핵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본다”며 “푸틴이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북한군 파병까지 받아들인 이상 북한에 대한 반대 급부 역시 러시아의 핵 용인을 넘어 공동 사용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북·러 전략대화에서는 지난 6월 김정은과 푸틴이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논의됐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6월 수뇌 상봉에서 이룩된 합의들을 이행하는데 중점을 두고 실천적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하면서 “조약의 조항을 정확히 이행하려는 굳은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최선희와 라브로프는 김일성 주석의 1949년 3월 첫 소련 방문을 기념하는 현판을 야로슬라블리역에 제막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북·러가 선대 인연을 거슬러 강조하며 ‘혈맹’으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이는 북·중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고도 최근 중국 내 시진핑·김정은의 발자국 동판을 지우는 등 냉각 기류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미국 전략폭격기 B-1B와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4대, 미 공군 F-16 전투기 2대,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 4대가 3일 한·미·일 공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지난 달 31일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9형'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군은 설명했다. 사진 합동참모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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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전략 폭격기 B-1B 한반도 전개=북한의 화성-19형 ICBM 도발에 대응해 한·미·일은 3일 미국의 전략 폭격기가 동참한 가운데 3자 공중 훈련을 진행했다.
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제주 동방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구역에서 미국의 전략 폭격기 B-1B가 한·미·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가상의 표적을 제거하는 공중 훈련이 진행됐다. 전력으로는 공군의 F-15K·KF-16, 미 공군의 F-16,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이 참여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지난 달 31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화성-19형)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면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억제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통한 강력한 대응 의지·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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