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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사기" 밑밥 까는 중? 트럼프, 대선 또 지면 '불복' 재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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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선거가 열린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미국 내 일정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불복 선언을 하며 4년 전보다 큰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현지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도 사기 의혹을 주장하면서 대선 직후 불복 선언을 할 토대를 쌓아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극렬 지지그룹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4년 전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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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공항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을 하고 있다. 2024.11.01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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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펜실베이니아에서 법 위반" 주장…선거 불복 토대 쌓기?

트럼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펜실베이니아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기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펜실베이니아에서 "범죄적인 법 위반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유권자 사기를 멈춰라", "이 나라가 이렇게 부패한 줄 누군가가 생각이나 했겠나"라고도 했다. 대선 불복의 밑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는 가장 중요한 경합주다. 2020년엔 조 바이든, 2016년엔 트럼프, 2012년엔 버락 오바마를 각각 선택했고, 이들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의 발언은 펜실베이니아 벅스 카운티와 랭커스터 카운티 등지에서 생긴 잡음에 이어 나왔다. 펜실베이니아는 우편투표로 사전투표가 가능한데, 이를 원하는 유권자는 온라인이나 선거사무소 방문을 통해 기한 내에 투표용지 신청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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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 미국 워싱턴 DC 소재 연방 대법원앞에서 시위자들이 '실패한 쿠데타 지도자 당장 재판''선거 결과를 뒤집으려한 것은 공적 (통치) 행위가 아닌 범죄다'고 쓰인 팻말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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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벅스 카운티 선거사무소에 우편투표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29일 몰리면서 줄이 길어졌고, 당국이 오후 5시 마감 전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기자까지만 받자 논란이 빚어졌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유권자 탄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후 주 법원의 결정에 따라 신청 마감일은 1일로 늦춰졌다.

랭커스터 카운티는 최근 유권자 등록 신청 서류에서 오류를 발견한 2500건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는데, 트럼프 캠프는 이게 '가짜 투표용지'의 증거라고 비난에 나섰다. 트럼프는 SNS로 "2020년의 사기 행위를 반복하려는 부패한 선거 관리자들, 내가 대통령 당선되면 징역형을 선고하겠다"고도 했다. 정작 랭커스터 선관위는 "자체 법 집행 기관이 조사하는 중"이라며 "오류를 잡아냈다는 게 바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례"라고 반박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익숙한 패턴"이라며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인정하지 않기 위한 시도의 기반을 만드는 일종의 '토대'를 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도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의 정치 경력 전반에 걸친 패턴이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9월 유세 당시 "내가 만일 진다면 그건 그들(바이든 행정부)이 속여서다. 우리가 질 수밖에 없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대선 토론과 언론 인터뷰에서도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냐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거부했다. 트럼프는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좋은 경우"에만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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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지지자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글자가 적힌 반지를 끼고 있다. 2024.03.05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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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혼자가 아니다…극렬 지지자 그룹 '마가(MAGA)'도 조직적으로 준비중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4년 전보다 더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한 불복 운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로 분류되는 '마가(MAGA)' 활동가들이 SNS는 물론이고 법원, 지방선거 관할권, 주의회까지 선거 사기 의혹을 제기할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N은 1일 기사에서 "마가 활동가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트럼프가 진다면 이것은 선거 사기 때문이라고 꾸준히 선동해왔다"며 "이들은 구체적인 계획서를 만들어 법원마다 이의를 제기하고, 상하원 의원들에게 선거 인증을 못 하도록 압박을 넣는 한편,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열도록 장려하는 행동강령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마가 활동가인 이반 라이클린은 CNN과 인터뷰에서 "(내년) 1월6일은 꽤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국회가 공식 인준하고, 대통령 당선인을 확정하는 날이다. 2021년 이날에는 당선인 확정을 막기 위해 의회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바 있다.

예견된 '진흙탕 싸움'인 만큼 감시 단체도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거 감시 단체인 '프로텍트 데모크라시'는 "이들은 전략적으로 무한히 이의제기와 소송을 거는 '좀비 소송'을 계속 벌이려 한다"며 "소송 그 자체가 목표일 뿐, 법원에서 이기기 위한 증거는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과 2024년은 다르다? '권한'이 없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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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그의 이름과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쓰레기 트럭 운전석에 앉아 있다. 2024.10.30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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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들도 트럼프가 패배한다 해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달 28일 CNN과 여론조사기관 SSRS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 69%가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하면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민주당원은 91%가, 공화당원의 경우 4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배 결과 불복을 전망했다. 응답자의 73%가 "해리스는 선거 패배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점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트럼프는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선거 불복 운동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NBC뉴스는 법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종합해 "지난 4년간 만들어진 법적 장치와 제도 개선으로 트럼프의 불복 시도가 큰 실효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UCLA 선거 전문가인 리처드 하센 법학 교수는 "2020년과 달리 트럼프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어서 행정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며 "2022년에 통과된 선거인단 개표 개혁법은 선거인단 투·개표 절차를 강화하고, 연방 법원에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할 명확한 역할을 부여했으며, 의원들이 경솔한 반대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영국 가디언도 "지금껏 판사들은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고 제기한 소송 중 거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61건을 기각했고, 똑같은 좀비소송이 들어온다 해도 다시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변호사와 선거 관리들은 지난 4년 동안 일어난 일로부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며 "정쟁을 위한 혼란의 '냄새'만 맡아도 재빨리 법정에 설 준비가 된 상태"라고 표현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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