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만드는 로제 |
'블랙핑크'의 로제가 부른 싱글 'APT'가 요즘 세계를 휩쓸고 있다.
동시에 로제는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Vogue)의 유튜브에 아파트게임을 하며 마시는 소맥을 만드는 법과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영상을 올렸다. 전 세계는 다시금 우리나라의 초록병 소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볶음밥 만드는 로제 |
K-드라마를 즐기는 외국인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소주다. 분명 술 같아 보이는 초록병이 한국인의 희로애락을 항상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 무슨 마법의 묘약 같아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초록병 소주는 희석식 소주다. 소주의 과거나 역사가 아닌 현재를 말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희석식 소주는 1시도 1회사의 원칙에 따라 생산된다.
한국의 지역별 소주지도 |
수도권은 하이트진로, 강원도 롯데칠성음료, 충북 충북소주, 대전·충남·세종은 선양소주, 대구·경북은 금복주, 부산은 대선주조, 울산·경남은 무학, 전북은 하이트진로, 광주·전남은 보해양조, 제주는 한라산이 소주를 생산하고 있다.
각 지역의 소주는 주정에 물을 붓고 조미료를 넣은 것이지만 물맛과 조미료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소주마다 미세한 맛 차이는 있다.
희석식 소주는 카사바, 고구마, 타피오카 등에서 뽑아낸 식물성 탄수화물을 발효시킨 후 연속 증류해 얻어낸 95% 고순도 에탄올인 주정을 원료로 한다.
주정에 물, 감미료, 기타 첨가물을 섞어 만든다. 주정의 원료는 다양하며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에 소주의 원료는 딱히 무엇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주정은 소주 제조사가 아니라, 별도로 설립된 전국 9개 주정 제조업자가 제조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주정판매로 회사로 일괄 납품된 다음 각 소주 제조사로 정부가 책정한 가격에 판매된다.
주정의 원료도 정부가 직접 주정 제조업자에게 배급한다. 즉, 주정과 관련된 생산, 판매 등 모든 것은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주정 제조와 희석식 소주 생산을 동시에 하고 있지만 자신이 생산한 주정으로 소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한주정판매를 통해 구매해야만 한다.
원래 술에서 가장 중요한 풍미는 알코올 자체보다는 원재료가 알코올로 바뀌는 과정과 숙성 과정에서 나온다. 희석식 소주에서는 이런 맛과 향이 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재료의 모든 맛과 향을 날린 순도 95%의 알코올에 물을 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희석식 소주는 안주의 맛을 해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의 안주와 궁합이 좋다.
또한 같은 이유로 칵테일의 기본 재료로도 많이 사용된다. 그 결과 많은 주당은 소주를 이용해 소맥, 고진감래주, 오십세주 등 다양한 술을 만들어 마신다.
최근에는 각종 과일소주로도 출시됐다. 해외에서도 소주를 이용한 칵테일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주의 도수 변화도 흥미롭다.
1924년 진로 첫 출시 때 35도로 시작한 소주는 이후 1965년에 30도, 1973년에 25도로 떨어진 후 한동안 유지됐다.
25도가 '마의 장벽'이라 불렸지만 1998년 23도가 된 이후 계속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현재는 16도 위아래까지 이르게 돼 처음 대비 50% 이하로 떨어지게 됐다.
이러한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전국 소주 회사 대표들의 모임이 1년에 한 번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 자리에서는 어떤 소주를 마셨을까?
각 소주사 대표들은 자기 소주를 한 병씩 들고 와 커다란 주전자에 가져온 소주를 모두 붓고 섞어서 마셨다고 하며 이를 일명 '통합주'라 불렀다고 한다.
소주 앞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빈부 등의 격차가 없이 모두가 평등하며 또한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한국 음식 중 순위에 들던 소주가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돼 외국에서도 끊임없이 찾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 한식당의 소맥 메뉴 |
우리나라에 좋은 술이 얼마나 많은데 초록병의 희석식 소주가 우리나라의 대표 술이냐며 격분하는 사람도 있고 희석식 소주를 독약 취급하는 사람도 있다.
호주의 한 현지식당에서 팔리는 소맥세트 |
반대로 초록병 소주를 마셔야 술 마신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음주문화도 수많은 문화일 뿐이다. 문화는 누가 막거나 강제로 권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물 흐름같이 저절로 흘러가는 것이다.
신종근 칼럼니스트
▲ 전시기획자 ▲저서 '우리술! 어디까지 마셔봤니?' ▲ '미술과 술' 칼럼니스트
<정리 : 이세영·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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