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성범죄자 주거지 시·군 긴장…전입신고 때마다 논란
시·경찰·보호관찰소 관계기관, 초소 설치·순찰 강화 등 대책
‘조두순 거주지’ 방문한 임태희 교육감 “한국형 제시카법”
지난해 국회 입법 예고…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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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사는 학부모라고 소개한 한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15년 전 수원시에 거주했다는 이 여성은 “당시 악몽이 제가 거주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이 지내는 이곳 화성 봉담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분 1초도 숨을 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수원 발발이’로 불렸던 연쇄성폭행범 박병화가 출소 직후 거주지를 화성시의 한 원룸으로 정하면서 인근 학교 학부모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수원시 권선구와 영통구 일대에서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2022년 10월 청주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박병화가 올해 5월 수원시 팔달구의 번화가 오피스텔로 전입 신고하면서 화성시에서 일었던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재범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2022년 1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병화 퇴거 요구 청원글. 국회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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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수원 발발이’로 불린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 거주지 앞에서 정명근 화성시장(가운데)과 학부모 등이 퇴거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병화는 올해 5월 수원시로 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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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이재준 수원시장(오른쪽)이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수원 전입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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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와 경찰은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청원경찰 추가 채용 등에 나섰다. 거주지 주변에 초소를 세워 24시간 감시하고, 건물 안팎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박병화가 출소한 비슷한 시기에는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의정부시의 한 갱생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정부시에 후폭풍이 불었다. 김근식의 재구속으로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법과 제도로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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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화·김근식·조두순 잇단 논란…‘한국형 제시카법’ 21대 국회 폐기
안산시에 있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거주지를 방문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1일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을 다시 제안했다.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인 제시카법은 아동 성범죄나 연쇄 성폭행과 같은 중형을 저지른 뒤 출소한 사람들의 거주지를 제한해 시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05년 당시 9세이던 제시카 런스포드가 성범죄 전과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미국에서 제정된 법이다. 국내에선 2020년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논의가 재개됐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입법 예고됐으나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최근 조두순이 다시 안산시 안에서 주거지를 옮기며 인근 학생과 주민의 불안감이 커졌고, 해당 법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날 임 교육감도 “학생과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약속하며 이 법안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자 조두순이 이사하면서 인근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크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불과 290m(앞)에 초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라며 “반경을 1.5㎞로 넓히면 어린이집과 초·중학교가 10여 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에 따르면 현재 경찰과 안산시는 24시간 인력을 투입해 조두순 자택 안팎을 감시하고 있다. 경찰은 경찰관 2명을 거점 배치한 뒤 즉시 출동 가능한 기동순찰대도 운영 중이다. 청원경찰 상시순찰과 폐쇄회로(CC)TV 및 비상벨 설치로 문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안산준법지원센터는 조두순의 출입제한 시간인 오후 9시~오전 6시에 등하굣길 시간대를 추가 신청했고, 조두순이 외출할 때마다 주간 1명, 야간 2인 1조로 보호관찰관이 밀착 관리하도록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SNS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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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육감은 “조두순으로 인해 인력과 시간 및 비용 등 관계기관의 큰 노력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불안감까지 더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죗값을 치르면 교정의 기회를 줘야 하는 것도 맞지만, 아동 성범죄 같은 악질범죄는 거주지를 제한해 사회와 분리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악질범죄에 거주지 제한”…권리 제한 vs 이중 처벌 팽팽히 맞서
앞서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시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뒤 2020년 12월 출소했다.
이후 안산시 단원구 와동 소재 다가구 주택에서 거주해 온 그는 최근 2㎞가량 떨어진 다른 다가구 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기존 주거지의 월세 계약 만료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시카법 혹은 조두순 방지법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논의 자체가 미뤄지거가 법안 발의가 꺼려졌다. 성범죄자가 시민의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밖으로 벗어나도록 하는 법안이 가까스로 마련됐으나 관심 부족으로 이마저 폐기된 상태다. 현재 미국에선 40개 가까운 주에서 아동 성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안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선 “남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에게 권리를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죗값을 치른 사람에게 이중 처벌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박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2년 전 법무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해 검토한 바 있다. 관련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내 공론화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살펴 결론을 낸다면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요건에 부합하는 셈이다.
안산·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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