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좇아 로켓 엔지니어에서 우주비행사로
별 보고 시 쓰며 수년간 고난도 훈련 버텨
"주링허우의 자랑"... 온라인서 응원 봇물
중국 첫 민간 출신 여성 우주비행사 왕하오저가 우주복을 입고 있다. 신화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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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사막에서 태어나 하늘에서 밝게 빛나고/ 옥빛 리본이 수평선을 가로질러 뻗어 있다/ 5월의 별들, 수천 마일의 황사 속/ 세 개의 텐트가 바람과 먼지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느낌이랄까."
며칠 사이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는 시다. '사막 훈련의 밤'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지난달 30일 우주선 '선저우(神舟)' 19호를 타고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天宫)에 입성한 우주비행사 왕하오저(王浩澤·34)가 썼다.
1일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 시를 쓸 당시 왕씨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내몽골 바단지린 사막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고 있었다. "더위와 건조함이 너무 힘들고 물과 음식이 부족해 체력도 많이 소모됐을 때 누워서 하늘을 봤는데, 별이 가득한 모습에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고 그는 회상했다. 수년간 고난도 훈련을 견뎌낸 왕씨는 드디어 10월 30일 오후 12시 51분(현지시간) 톈궁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이로써 왕씨는 유인 우주 임무에 나선 중국의 세 번째 여성이자 첫 민간 출신 여성 우주비행사가 됐다.
10월 30일(현지시간)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기지에서 유인 우주선 '선저우' 19호를 실은 로켓 '창정' 2호가 발사되고 있다. 이 우주선에는 우주비행사 왕하오저와 차이쉬저, 쑹링둥이 탑승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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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누리꾼들은 그가 1990년대생, 즉 '주링허우'(九零後)라는 데 주목한다. 지금까지 중국 사회는 경제 성장을 이룬 80년대생 '바링허우'(八零後)와 비교해 주링허우를 상실과 좌절, 개인주의의 세대로 여겼다. 그러나 "비행 경험이 없었고 항공생리 테스트도 새로운 도전이었다"던 왕씨가 꿈을 향한 인내와 도전 정신으로 우주강국의 자부심을 보여주면서 주링허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난징 남동대 에너지환경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왕씨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우주항공 분야에 관심을 갖게 돼 베이징 중국항천과기공사에서 로켓 엔진 설계자로 일했다. 그러다 2018년 중국 인민해방군과 유인우주국이 주관한 우주비행사 선발에 지원했고, 2020년 선저우 19호 승무원으로 선발돼 이듬해 우주비행사팀의 공식 일원이 됐다.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선 '주링허우 우주비행사'가, 영상 사이트 '빌리빌리'에선 '우주를 간 주링허우 정신'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샤오홍슈'를 비롯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어느 세대든 부족한 세대는 없다", "왕은 주링허우의 자랑", "다음은 '링링허우'(零零後, 2000년대생) 차례" 같은 긍정 댓글이 쏟아졌다. 왕씨를 배출한 남동대가 빌리빌리에 올린 왕씨의 대학원생 시절 영상은 1일 오후 3시 기준 조회수 56만 건을 기록했고, 그의 대학원 졸업 논문까지 관심을 받고 있다. 논문 말미 '감사의 글'에 "학업을 3년 동안 묵묵히 지지해주고, 좌절했을 때 앞으로 나아가게 해줬다"고 언급된 남자친구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모습이다.
10월 30일(현지시간)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기지에서 선저우 19호에 탑승할 우주인 3명이 출발 전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왕하오저, 쑹링둥, 차이쉬저. 이 중 왕하오저와 쑹링둥은 1990년대생이다. 주취안=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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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씨를 비롯한 3명의 선저우 19호 우주비행사들은 톈궁에 6개월 동안 머물며 기초물리·재료과학·생명과학 실험, 우주 잔해물 보호 장치 설치, 외부 탑재물·장비 설치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주 생활에 대한 기대를 묻는 중국 언론의 질문에 왕씨는 "맛있는 우주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현기 인턴 기자 hyunki10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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