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저질러…회원국 자격 정지해야"
UNRWA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사무실 파괴"…이스라엘 "거짓 주장"
파괴된 UNRWA 사무실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제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양측 간 무역협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스라엘 의회가 내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런 조치가 EU와 이스라엘 간 무역협정을 무효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셸 의장은 또 "이스라엘과 EU간 협정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목소리를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일랜드는 인권적 측면에서 이스라엘과의 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EU는 지난 2000년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2022년 기준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 교역국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국제 사회의 우려에도 꿈쩍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UNRWA 대표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UNRWA 사무실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UNRWA의 이같은 주장이 거짓이며 사무실을 파괴한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이 특정 집단에 대한 말살을 의미하는 인류 최악의 범죄 제노사이드(genocide)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도 거듭 제기됐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은 전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범죄나 반인도주의적 범죄뿐 아니라 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알바네제 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기아, 고문, 살해, 강제 이주, 몰살 등 모든 행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제노사이드 의도를 보이는 행동 패턴을 형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제노사이드는 단지 대량 학살만으로 규정되는 범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제노사이드에는 대량 학살뿐만 아니라 집단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강제 이주나 세뇌 같은 재교육 정책까지도 포함된다.
그는 또 유엔 팔레스타인 민족권리위원회 발언을 통해 이스라엘처럼 오랜 기간 수많은 유엔 결의안을 무시해온 나라는 없다며 "이스라엘의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바네제 특별보고관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평생 전쟁범죄를 경험해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국제사회가 유대인, 보스니아인, 르완다의 투치족 등 제노사이드 희생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미국은 알바네제가 반유대주의적 주장을 하고 있다며 유엔 보고관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또 이번 주로 예정돼있던 알바네제 보고관의 미국 의회 브리핑도 막았다.
앞서 이스라엘은 UNRWA가 이스라엘 및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하고 UNRWA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이에따라 가자지구의 마지막 생명줄로 꼽히는 UNRWA의 활동이 막히면서 민간인 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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