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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토스는 왜 미국行 결정했나…美 vs 韓 상장 '엇갈린' 기업의 운명[Why&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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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퍼블리카, 미국 증시 상장 추진

핀테크 기업가치 인정 받기 위한 전략 풀이

업계 "쿠팡·컬리·두삿밥캣 등이 주요 사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면 한국으로 국부가 유입되는 것이다. 윈-윈(Win-Win) 전략을 펴겠다."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을 꿈꾸는 국내 플랫폼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운영사)의 이승건 대표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이같이 에둘러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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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018년 9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에 등극했다. 이후 2022년 시리즈 G 투자 단계에서 8조9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는 등 기업공개(IPO)를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올해 2분기에는 연결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며 2013년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토스는 이미 '네카토(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로 불리며 핀테크 3대장 중 하나로 꼽힌다. IPO에 성공할 경우 핵심 자회사인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토스는 한국이 아닌 미국 시장 상장을 택했다. 국내 자본 시장 상장으로는 혁신기업 토스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든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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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장 vs 한국 상장, 엇갈린 기업의 운명
한국과 미국 상장을 두고 고민한 기업의 단적인 예로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마켓컬리가 있다. 쿠팡은 2021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최근 3년간 한국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들여온 기업이 됐다. 대부분의 투자금은 물류센터 증설에 사용됐다.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이 넘는 기록을 달성하며 국내 유통 1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유료 멤버십 '와우 멤버십' 회원 수도 14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만 해도 쿠팡과 새벽 배송에서 쌍벽을 이루던 마켓컬리의 경우 미국 상장을 준비하다가 국내 상장으로 선회했는데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최근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당시 높은 가격에 뭉칫돈을 쏟아부은 주요 재무적투자자(FI)가 컬리의 몸값이 낮아지자 상장을 강행할 수 없도록 '비토권'을 행사한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컬리는 6년 전인 2018년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 상장을 준비해왔으나, 2021년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미국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유니콘 기업에 대한 국내 IPO 규정 여건 등이 우호적으로 변화하자, 해외증시 상장 유지 비용 등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해 다시 국내 상장으로 돌아섰다. 이후 새로운 상장 전략을 꾸리기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보냈으나, 공교롭게도 SSG닷컴의 상장 준비 작업과 시기가 겹치면서 IB 측의 반응이 좋지 않자 주관사 선정 시기를 연기했다. 또한 거래소는 예심 과정에서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낮은 점을 우려해 컬리 측에 FI의 우호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심사 통과가 어렵다는 뜻을 전하는 등 각종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상장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상장을 철회한 케이뱅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케이뱅크는 2021년 6월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 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투자단가는 주당 6500원이었다. 케이뱅크는 주주 간 계약을 통해 IPO 완료일까지 내부수익률(IRR) 연 8% 이상을 약속했는데, 이를 대략 계산하면 적어도 주당 8400원 안팎의 가격으로 상장을 해야 했다. 문제는 지난 수요예측에서 케이뱅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 가격 범위(9500~1만2000원) 하단을 훨씬 밑도는 수준에서 주문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케이뱅크로서 마냥 시장친화적인 가격만을 제시할 수 없었던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에서는 유니콘 기업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만큼의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 한국 증시 상장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두산그룹의 '놀이터' 된 두산밥캣‥미국서 상장했다면?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 미국 상장을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는 두산밥캣 사례를 통해 짐작된다. 두산밥캣은 1947년 설립 후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소형 건설장비 글로벌 1위 기업이다. 두산그룹이 2007년 인수 후 2016년 한국거래소에 상장시켰다. 미국 기업인데 한국에서 상장한 이례적인 사례다.

두산밥캣은 매출액 70% 이상이 북미에서 발생하고 경영진 3분의 2가 외국인이다. 분기 실적도 달러 기준으로 발표한다. 두산밥캣은 현재 한국 시장에서 저평가 주로 분류된다. 두산밥캣은 상장 준비 당시 미국과 한국을 놓고 고민했는데, 미국 투자전문가들의 조언과 반대로 한국 상장을 결정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두산밥캣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회사를 미국에서 상장하지 않고 한국에 상장한 이유는 기업의 성장성과는 별개로 본사의 관리·감독이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주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는 두산밥캣을 떼어내 지배주주 지분이 높은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면 과연 주주들의 극심한 반발을 무시한 지금 같은 결정이 가능했을까"라며 "지금 와서 보면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 상장을 두고 고민했던 것이 밥캣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밥캣이 미국 상장을 결정했으면 현재 미국의 대장주인 중장비 회사 캐터필러에 버금가는 회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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