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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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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무기 지원?…"한국, 교전국 된다" "칼 안 뽑아야 더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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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맞서 정부가 '단계적 조치'를 원칙으로 내세운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두고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살상무기 공급에 대해 "유연한 검토"(24일 한-폴란드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를 언급하면서 여러 방안이 거론되지만, 전쟁터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한국이 '사실상의 교전 당사국'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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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의 모습. 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SPRAVDI )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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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론 방어 무기 지원이 상식"



윤 대통령의 발언 뒤 일부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155㎜ 포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는 일단 여기에는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을 통한 우회 지원 가능성도 정부는 부인했다. 국방부는 31일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포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고, 포탄 지원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이 미국을 통해 사실상 푸탄을 우회지원했다는 외신 보도는 나온 적이 있다. 한국이 2022년 말 미국을 최종 사용권자로 하는 155㎜ 포탄 10만 발을 미국에 팔았고, 지난해 3월엔 미국에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넘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시인한 적이 없다.

정부가 포탄 지원에 거리를 두는 건 공격용 무기 공급이 갖는 파급력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지원 가능한 것으로 거론되는 155㎜ 포탄과 K2 전차, K9 자주포 등은 엄청난 살상력을 갖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무기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교전당사국이라고 정의하기엔 국제법적 정의가 애매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한국을 교전 당사국으로 물아붙이며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며 "당연히 한국으로선 그런 주장을 받아들여선 안 되겠지만, 살상 무기가 한꺼번에 간다는 건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레드 라인을 어떻게 설정할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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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아스트라( ASTRA ) 텔레그램 채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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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방어용 기준 모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30일 "설사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논의된다 해도 1차적으로는 (공격 무기가 아닌) 방어 무기 지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무기는 가치중립적이며 공격에 쓰면 공격용, 방어에 쓰면 방어용"이라면서도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어트 등 날아오는 무기를 맞추는 특수 목적의 방공 무기나 지대공 미사일 등은 지대지 미사일과 달리 떨어져도 살상력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방공 무기는 방어 전용"이라면서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살상무기 지원은 유효한 최후의 선택지로 갖고는 있어야겠지만, 사실 억제력 차원에서 '칼집 안에 둘 때 더 위력을 발휘하는 칼'로 생각해야 한다"며 "더 큰 고민은 이런 최종 단계가 아니라 중간 단계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지까지 행동에 옮기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어느 순간에는 한국도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큰데, 이런 기준과 '중간 단계' 행동의 수위를 어떻게 정할 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다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우선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방공 무기부터 순차적으로 지원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다만 이는 곧 한국이 아무리 방어용이라는 명분을 들더라도 추후 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공격 무기를 지원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보급품 지원 정도는 괜찮지만 현무 미사일, K9 자주포 등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데 있어선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요구가 있더라도 신중해야 한다"며 "자칫 북한의 대남 도발에 빌미를 주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 대리전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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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북한군의 모습. 국정원은 해당 북한군 추정 인물 사진을 자체 AI 안면인식 기술에 적용한 결과, 지난해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김정은을 수행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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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비례적 대응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섣부른 비례적 대응도 경계한다. 북한군 파병의 본질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러 밀착은 한·미 동맹과는 차원이 다르며, 북·러 각자의 일시적 수요에 의해서 저지르는 '불장난'에 가깝다"며 "이들의 일탈 행위에 같은 수준으로 대응하며 불필요하게 말려 들어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이후를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초박빙 구도 속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내년 1월 취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트럼프 재선→휴전 협상→북한군 효용 감소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한국이 살상 무기를 제공할 유인이나 명분도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러시아학과 교수는 "최후의 레버리지에 해당하는 살상 무기 지원을 과연 지금 꺼내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하는 반대급부와 미국 대선 이후 정세 등을 살펴보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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