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화된 도서…건전한 독서문화와 잘 조화해야
밀라논나 작가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표지는 저자가 노후를 보내려고 준비한 텃밭에서 햇빛을 즐기는 모습을 표현했다면,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는 '하트 모양의 돌멩이'에 산뜻한 색을 입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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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책이야말로 시각과 후각, 촉각이 중요한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하다. 종이가 풍기는 특유의 냄새, 책이 넘어가는 소리 등은 빼놓을 수 없는 독서 경험이서다. 때론 서가에 꽂힌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낀다.
종이책만이 주는 독특한 감각적 경험은 책의 또다른 가치다. 이렇게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은 표지 디자인부터 눈길을 끈다.
밀라논나 작가의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표지는 저자가 노후를 보내려고 준비한 텃밭에서 햇빛을 즐기는 모습을 표현했다면, 이후 나온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는 '하트 모양의 돌멩이'에 산뜻한 색을 입혔다.
김영사 디자인실 이경희 이사는 "책 내용과 저자 철학, 독자 반응과 도서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해 표현한 표지의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과거의 책은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현재는 이런 가치에 더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됐다"라며 "과거에 비해 책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미디어와 디바이스 발전의 영향이 크다는 게 이 이사의 분석이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바이스와 미디어 환경에서 다양한 디자인 정보를 받게 되면서 독자들은 디자이너 이상의 디자인적 시각을 가지기도 하고 그러한 것들로 자기를 SNS로 표현하기도 한다"라며 "이제 독자들은 책을 지식을 얻는 수단과 함께 더 많은 가치를 원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책을 서점에서 고르고, 구매한 뒤 책꽂이에 꽂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때 디자인적 가치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내가 이 책을 구매하고 소장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동네책방 에디션으로 출간된 책을 사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눈에 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보안책방'을 운영 중인 최범석 씨는 "동네책방 에디션 책이 있는지 문의를 주시는 분이 꽤 많다"라며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고객분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리커버 표지를 보러 왔다가 다른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표지 디자인은 책의 홍보 및 마케팅 차원에서도 높은 중요도를 차지한다.
문학동네 관계자도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작가와 제목 또한 중요하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선명하게 강조된 표지의 경우 홍보하기에 조금 더 수월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권의 책을 알리는 것 못지않게 요즘 중요한 것이 작가에 대한 브랜딩 작업이기도 한 만큼, 표지를 통해 작가의 이미지를 독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김현구 편집팀장은 책의 '굿즈화'를 어떻게 건강한 독서문화와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출판생태계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책의 내용에 신경 쓰지 않고 표지에만 힘을 쏟으면 일시적인 판매 효과가 있을지라도 결국 진짜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커버 또한 일반판의 긍정적인 독자 반응이 있어야 시도 가능한 마케팅 방법이고, 개연성이 없는 억지 에디션은 오히려 혹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책의 굿즈화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판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굿즈'가 아닌 '책'을 꾸준하게 펴내는 출판사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투데이/송석주 기자 (ssp@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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