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명태균 "지 마누라한테 '됐지?' 하더라"... 민주당이 공개한 尹 공천 개입 정황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 여사, '오빠 대통령 자격 있는 거야?' 해"
"장관 앉혀라… 마누라 앞에서 '나는 했다' 변명"
한국일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가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니까 '알았어'라고 하고 '됐지?'라고 지 마누라한테 그 말이야."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지인에게 들려준 뒤 한 발언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공개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녹취록은 윤석열 대통령과 명씨 사이에 김건희 여사가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그간 제기된 김 여사 개입 의혹에 힘을 싣는 것이다.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2022년 5월 9일 통화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공천) 해줘라 그랬다"며 "그랬는데 그렇게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공개된 명씨 관련 녹취록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의 음성이 담겼다.

다음 날 국민의힘은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로 김영선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 전날까지도 공천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선 경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취임 전부터 취임 후까지 사적 채널이 강력하게 작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불법 조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23일 오전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입수한 다른 녹취에는 윤 대통령의 불법이 김 여사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내용이 수두룩하다"며 "심지어 윤 대통령의 육성이 녹음되던 그 통화 때, 김 여사가 옆에 있었다고 명씨가 발언하는 내용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내용을 보면 명씨는 지인에게 "지 마누라가 옆에서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게 오빠 대통령으로 자격 있는 거야?', (윤 대통령이) '나는 했다. 나는 분명히 했다'라고 마누라 보고 얘기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 장관 앉혀, 뭐 앉혀라. 말한 거야. 그래서 마누라 앞에서 '했다'고 변명하는 거야"라는 발언도 포함됐다. 사실이라면 김 여사의 전방위적 국정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6월 9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춘천=서재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 윤상현한테 전화했습니다"


명씨는 지인에게 녹취록을 들려준 뒤 "바로 끊자마자 마누라한테 전화왔어 '선생님, 윤상현(의원)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에 꼭 오십시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에게 공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며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도 "대통령과 상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이날 밤 2022년 지방선거 때도 공천 개입이 있었다는 내용의 명 씨 발언을 공개했다. 여기서 명 씨는 "아까 조은희 전화왔더라고. '광역단체장 둘이 앉히시고. 김진태, 박완수 진짜 생각하신 대로 두 사람 다 앉히고, 저 조은희도 만들어 주셨고, 김영선도 만들었으니까' 이러대"라고 말했다. 명 씨는 "어제 딱 한마디 했어. 김건희 여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장님 무사'로 지칭하는 발언도 나왔다.

김 지사와 박 지사 모두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명 씨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그보다 앞서 대선과 함께 치러진 2022년 3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의 뒷거래가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