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데드라인으로 정한 검찰
'조사 없이 기소' 결단 내릴 가능성도
윤관석 전 의원이 지난해 8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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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의 핵심인 윤관석 전 의원이 유죄 확정을 받자, 아직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현직 의원 6명에 대한 사법처리(기소)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돈 봉투 의혹 사실관계가 법원에서 인정된 셈이라, 11월 중순까지 출석이 이뤄지지 않으면 검찰이 해당 의원들을 '조사 없이 기소'할 것이란 얘기다.
윤 전 의원은 돈 봉투에 넣을 불법자금 6,000만 원을 조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받은 혐의로 31일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윤 의원이 300만 원씩 나눠 당시 현역 민주당 의원 20명에게 '송영길을 지지해 달라'며 두 차례에 나눠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이 중 '1차 살포 시점'으로 지목된 모임 참석자 10명을 먼저 조사할 계획을 세운 뒤 연초부터 출석 요구를 했지만, 3명(이성만·임종성 전 의원, 허종식 의원)만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는 나머지 7명이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박영순 전 의원은 7월 말 검찰에 출석했고, 6명의 민주당·조국혁신당 소속 현역 의원은 여전히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 △총선 일정 △국회 일정 △지역구 일정 등 각가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대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달 말로 조사 일정을 잡았지만, 모두 불발됐다. 출석 당일 복통을 호소하며 '노쇼'한 경우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공천받기 전엔 검찰의 조속한 소환을 요구했지만, 총선에서 당선된 후 검찰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국감이 끝나는 이번 주 6명 의원 전원에게 "11월 중순까지 출석하라"며 7차 혹은 8차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감사도 끝났으니 의원들이 조사에 응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의원들의 소명을 직접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에 대한 압박이 커지는 건 관련 재판에서 잇따라 유죄 판결이 나오기 때문이다. 윤 전 의원은 돈 봉투 살포 혐의로, 전·현직 의원 3명은 수수 혐의로 모두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상급심이 남긴 했지만, 돈 봉투 조성-살포-수수라는 사실관계 자체는 법원이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 다른 의원들도 무죄를 장담하기 어렵다.
대상 의원들이 조사를 끝내 거부할 경우 검찰은 조사받을 의사가 없다고 보아 곧장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방법도 있지만, 회기 중엔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선 사실상 실현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실 '혐의 부인' 취지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받는 건 조서를 받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 현재 상황에선 검찰로선 조사 없이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오히려 대상 의원들이 소명할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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