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입 정황 드러나도 별것 아니라는 인식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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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신분 등 따지기 전에 조속히 진솔한 해명 내놓길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에 관여한 정황이 새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폭로한 명태균씨와 윤 대통령의 통화 녹음을 들어보면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통화 날짜는 2022년 5월 9일이다. 바로 다음 날인 5월 10일에 대통령 취임식과 공천 발표가 있었다. 따라서 법리적으로 보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 힘들 수도 있다.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 신분을 떠나 공천 개입으로 해석되는 직접적 정황이 드러난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대통령실은 어제 “(대통령은)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면 육성에서 드러난 ‘공관위가 나에게 들고 왔길래’ ‘해줘라 그랬는데’는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국민은 헷갈린다. 우선 이번 통화 녹음 공개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 지난달 8일 대통령실은 “경선 막바지쯤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공개된 통화는 경선이 끝나고도 6개월 이상 지난 시점이다. 대통령실은 어제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한마디로 구차하다. 매사가 별것 아니라는 이런 대통령의 태도는 민심엔 오만과 독선으로 비칠 뿐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한 가운데 취재진이 몰려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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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졌듯 윤 대통령은 2018년 2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새누리당의 총선(2016년)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한 당사자다.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직접 개입을 안 했어도 공모만으로도 공천 개입이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이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터이다. 듣기 좋으라고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난감하고 어이없다.
야당에선 “탄핵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고 한다. 공천 발표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거나, 당선인도 공직선거법 9조의 ‘기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단은 공개된 녹음 당시의 전후 사정을 보다 상세히 밝히는 게 우선이다. 검찰은 명씨를 보다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고, 당시 공천관리위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병행하는 게 맞다. 대통령 내외의 대국민 사과도 더 이상 늦추기는 힘들게 됐다. 안이한 용산의 인식과 달리 공천 개입 의혹은 빠르게, 심각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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