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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수세 몰린 尹, 참모들에 "기억에 남는 통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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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명태균 녹취록 폭로 2시간 만에 "공천 지시 없었다" 입장
명씨 경선 이후 연락 끊었다는 기존 해명에 배치... "기억에 의존"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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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통화가 있었나. 기억에 남는 통화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과의 통화 녹취가 공개돼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정황이 드러난 것에 대한 첫 반응이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또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그간 명씨에 대해 “(당내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10월 8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반박하며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당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결정했다"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의 경우,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였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9일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그렇게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대통령 취임 전날 전화통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당시 윤 당선인과 명태균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 취임 이전이라면서 명씨와 나눈 대화의 의미를 한껏 낮춘 것이다.

이와 함께 “이준석 당시 당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에서의 전략공천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며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과 달리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이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발췌해 공개했다. 이 의원은 과거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 대한 당 차원 공천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곧장 반발했다. 그는 “저는 윤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보고를 받는 줄도 알지 못했고, 또 후보 쪽 관계자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는지도 몰랐다"며 “그건 바로 니들(대통령실)이 해명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자택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라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던 기존 해명이 무색해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분명하게 관계를 끊었지만 취임 전날 여기저기 정치권에서만 100명이 넘는 사람이 전화왔다”며 “거절 못 하고 응대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도 기억에 남을 정도의 통화가 아니었다고 했고, 대선 전 주변의 조언으로 연락을 끊은 걸로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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