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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김씨 족속들 문제' 한마디에 사라져"…북 주민 실종사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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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보고서 발간

탈북민 심층면담으로 113명 실종 과정 분석

장애 이유로 끌려가 생사 알 수 없어진 사례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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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가 '문제'라고 비판했다가 가족들도 행방을 알 수 없는 실종 상태가 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인권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31일 공개한 '존재할 수 없는 존재: 북한 강제실종범죄 조사' 보고서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66건의 강제실종 사건 및 113명이 실종된 과정을 분석했다.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인권정례검토(UPR) 심의를 앞두고 나온 이번 보고서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62명을 3년 5개월(2021년 1월~2024년 5월)에 걸쳐 대면으로 심층면담한 결과를 반영했다.

보고서는 탈북, 체제 비판 등을 이유로 이뤄지는 강제실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분석한 실종자 113명 중 35명(31.0%)은 김정은이 집권한 2011 년 12월 이후 사라졌다. 10세 미만(0~9 세) 아동의 비중은 11.5%(13명)에 달했다.

김정은 집권 5년차인 2016년 평안남도 평성시에서는 평소 "저 김씨 족속들이 문제"라는 말을 해온 남성이 지인의 신고로 사라졌다. 아내는 1년간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하다가 보위부로 찾아갔지만 보위지도원으로부터 "이 X아, 너도 입조심해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여전히 탈북을 시도하는 주민들을 색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 탈북민의 동생 A씨는 2016년 양강도 혜산시에서 탈북을 준비하다가 보위부에 발각됐다. 보위부는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갔는데, 이 탈북민이 A씨에게 '어머니 준비 잘 시켜라'고 문자한 사실이 알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위부에 끌려간 이후로 누구도 A씨를 보지 못했으며, 북한에 남은 가족들은 "돈으로 빼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탈북민에게 말했다고 한다.

장애를 이유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끌려갔다는 진술도 나왔다.

B씨는 지적장애를 동반한 소아마비였던 조카가 2008년 가족들의 사망으로 혼자가 된 이후 안전원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고 말했다. 안전원들은 전부터 가족들에게 "(조카를) 그런 곳에 보내겠느냐"고 질문해왔는데, 이는 '생체실험을 하는 곳'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TJWG는 "북한 장애인들의 실태는 강제실종의 위험성 측면에서 더 깊이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포함한 외부세계와의 연락·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됐다. 한 진술인은 함경북도 무산군에 거주하는 동생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보냈는데, 이 과정에서 진행한 통화에 간첩 혐의가 적용됐다. 결국 동생은 2014년 체포 후 실종됐다.

종교 활동도 강제실종 원인으로 꼽혔다. 2018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는 기독교 포교 혐의로 한 남성이 체포됐다. 가족들에게 보위부는 "이제부터 얘에 대해 일체 말하지 말고 알려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해졌다.

진술을 철회한 1명을 제외하고 최종 탈북연도를 보면 김정은 시기(2012년~현재)가 36명, 김정일 시기(1994년~2011년)가 25명이었다. 주 거주지역은 양강도(28명), 함경북도(16명), 평안남도(5명) 순이었으며 수도인 평양 출신은 1명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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