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변화와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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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취임 100일을 맞아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정국의 블랙홀이자 당정 갈등의 진원인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국 해결을 위한 올바른 진단이긴 하나, 취임 이후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말만 앞섰지 구체적 성과로 보여주지 못한 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변화와 쇄신도 이제는 말에 그칠 게 아니라 실천으로 입증해야 한다.
한 대표 주장이 미덥지 않은 것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로 선출되면 제3자 추천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 동안 당내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질문에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만 했을 뿐이다.
문제는 김 여사 문제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조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다. 그러더니 어제 기자회견에선 특별감찰관 임명만 강조했다. 연일 명태균씨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김 여사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65%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만 보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 대표는 자체 김 여사 특검법안을 발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한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이렇게 변죽만 울리니 대통령실이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며 인적 쇄신 요구를 보란 듯 거부하는 게 아닌가.
정치 입문 10개월째인 한 대표는 민심에 귀를 막은 대통령실을 설득해야 하고, 당내 소수파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입법부를 장악한 거대 야당도 상대해야 한다. 이 같은 녹록지 않은 환경이 국정의 공동책임을 진 여당 대표에게 핑계가 될 수 없다. 취임 전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금은 역전됐다는 점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힘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 여긴다면, 한 대표가 자신의 직을 거는 결기를 보여서라도 민심에 역행 중인 윤 대통령을 돌려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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