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부장 박준석)는 30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40)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녹갈색 수의 차림의 박씨는 선고 직후 머리를 감싸 쥔 채 몸부림치며 눈물을 흘렸다. 공범 강모(31)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박씨로부터 피해자 사진을 건네받아 수십 차례 불법 합성물을 만든 혐의(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편집·반포)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80시간씩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교에서 동문수학한 피해자들을 상대로 소위 ‘지인 능욕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은 같은 학교 동료로서 선의와 호의로 대했는데도, 피고인들은 사냥감 정하듯이 결혼사진 등 일상적인 사진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조롱하고 인격을 말살했다”고 꾸짖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두 사람이 검거될 때까지 주위 남성 지인들을 의심하며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사회생활을 해야만 했다”며 “텔레그램의 보안성에 의해 검거가 수년간에 걸쳐 지연됐는데, 그사이 피해자들 상당수는 인간관계가 파괴됐고 남성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마저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장은 “이 범행은 적어도 웃으며 인사하고 대화를 나눌 정도의 지인이라면 나에게 악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신뢰마저 훼손하며 사회 전반에 충격을 줬다”며 “피고인들을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익명성에 숨어 법과 도덕을 무시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인식시키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게 사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시험 등으로 인한 우울증·강박증 등 정신병적 요인으로 범행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박씨의 범행 기간은 확인된 것만 3년 6개월이고, 언제든 중단하고 반성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반성과 참회는 너무 늦었고 피해자들의 피해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 졸업생인 박씨와 강씨가 여성 동문의 얼굴을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음란물을 수년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피해 여성은 서울대 동문 12명을 포함해 61명에 달한다. 박씨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2000여개의 합성음란물을 제작해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그룹에 배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반포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박씨 범죄의 경우 법정형은 유기징역 상한인 45년까지 선고할 수 있지만,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은 징역 4년∼15년7개월이다.
이날 재판 직후 피해자 측 대리인인 조윤희 변호사는 “허위 영상물 편집의 상습성이 인정됐고,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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