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 수사권은 정보와 수사 업무를 분리해 국정원 힘을 빼겠다는 문재인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 2020년 국정원법이 개정됐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부터 경찰로 이관됐다. 국정원이 간첩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국정원은 해외 정보망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경찰에 전달하는 역할만 하고 있을 뿐 국내 정보 수집 활동도 금지됐다. 간첩 수사 관련해 수족이 완전히 잘렸다. 간첩 수사는 5~10년, 그 이상의 시간과 노하우, 비밀 정보망 구축 등이 필요한데 이를 간과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조태용 원장 말을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앞서 본지도 사설에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회복을 촉구했는데 국내외에 밀약하는 간첩을 잡고 싶다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은 반드시 부활돼야 한다. 간첩 수사는 단순히 조직을 개편해 수사권을 이관했다고 바로 수사를 할 수는 없다. 최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들을 연달아 제거했는데 정보기관 모사드가 몇 년 동안 첩자를 심어 가능했다.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여당은 국정원 대공 수사권 부활을 강조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공 수사권을 부활하고 간첩법을 개정해 수사 범위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반간첩법을 적용, 한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을 구속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려면 국정원이 대공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 또 반도체·방산·자동차 등 첨단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에도 간첩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적국은 북한뿐이라 중국 등으로 기술이 유출돼도 손을 쓸 수가 없다.
중국은 '국가 안전 이익'이라는 막연한 표현으로 지도·사진·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까지 반간첩법으로 처벌한다. 미국도 'FARA법(외국인대리등록법)'이 있어 외국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해당 국가와의 관계, 활동 내용, 보수 등을 정기적으로 미 법무부에 신고해야 한다. 한국만 간첩법 적용을 '적국'으로 한정하고 기술 유출이 심하다. 국정원 기능 복원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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