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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선천적 기형에 조산까지 '치명적'...이상 기후에 목숨 위협받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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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태아를 포함한 영유아 62명이 헌법 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이름하여 '아기 기후소송단'

"덥지 않은 세상에서 뛰어놀고 싶어요."
이 작은 소망 하나로 고사리손을 모아 직접 헌법재판소 앞에 섰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애가 뭘 아냐고, 애들을 앞세운 어른들의 쇼일 뿐이라고.

정말 그럴까요?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기온이 높을수록 임산부의 조산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일으킨 산불이나 대기오염은 심각한 선천성 기형을 만들고, 출산율까지 감소시켰습니다.

쇼가 아닙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도, 유아와 어린이들도, 엄연히 피해자였습니다.

북극의 해빙이 녹고 사막이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한쪽에선 홍수로 난리인데 다른 한쪽은 심각한 가뭄이 이어집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니까, 대기는 건조해지고 산불이 더 잦아집니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를 넘어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만들어낸 재앙.

이상기후의 그림자는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머리 위에도 드리워졌습니다.

심지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태아까지 위협하고 있죠.

최근 미국 뉴욕주립대 알바니캠퍼스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폭염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임신 초기의 산모가 고온에 노출될 경우 '선천성 심장 결함'을 지니고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증가한다는 건데요.

태아의 건강을 위해 임신 3주에서 8주 사이에는 폭염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고온은 조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022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상위 5% 고온에 노출된 임산부의 조산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6%나 더 높았습니다.

기후위기 취약 국가에 살고 있는 임산부의 경우는 더 심각했습니다.

영국 런던 위생 열대의학대학원과 감비아 의료연구팀에 의하면 임산부의 열 스트레스 수치가 1도 증가하면 태아의 스트레스는 17% 상승했고, 임산부의 열 스트레스가 한 단계 높아지면 태아의 스트레스는 무려 20% 증가했습니다.

이는 결국 태아의 심박수 증가와 혈류 감소 등을 발생시켜 사산과 조산의 원인이 되죠.

지구온난화로 파괴된 오존층도 문제입니다.

서울 의대 환경보건센터에 따르면 대기 오존농도가 0.018ppm 증가될 때마다 태아의 선천성 기형 발생률이 높아졌는데요.

임신 중기 태아의 순환기계통 선천성질환 발생률이 5.0% 증가했고 근골격계는 7.1%, 비뇨기계는 11.7% 높아졌습니다.

대기오염도 빼놓을 수 없죠.

임신 초기 산불에 노출될 경우 태아의 '복벽파열증' 위험이 28%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임신 전 30일 이내에 산불에 노출되면 그 위험이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어떨까요?

상위 20%의 고온에 노출된 아동의 비만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 더 높았습니다.

지속적인 폭염과 열 스트레스는 어린이들의 학업성취도를 최대 7%까지 감소시키고, ADHD 발병률도 크게 높였습니다.

아무런 책임이 없음에도 태어나기 전부터 삶을 위협받는 아이들.

어른들이 미뤄온 기후위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 4년 5개월 만에 그 대답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법'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겁니다.

비록 결과는 '일부 승소'였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정받은 의미 있는 판결이었습니다.

아기 기후소송단의 한제아 양은 말합니다.
"어른들은 우리를 미래세대라고 부르지만, 내일을 살고 싶어 하고 1분 뒤에도 살고 싶어 하는 건 모두가 같아요. 그럼 모두 미래세대 아닐까요"

헌법 제35조는 말합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이제는 우리가 약속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YTN 윤현경 (goyhk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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