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두 명의 서방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소수의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 진입다고 전했다. 또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마치고 전선으로 이동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북한군 숫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군이 대규모 군사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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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당국자는 "북한군 중 상당수가 이미 행동에 나선 것 같다"고도 말했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약 1만여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 중이며, 일부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 일부가 이미 우크라이나 내에 있다는 CNN 보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5일 연설에서 북한군이 27~28일 전장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8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제4차 우크라이나-북유럽 정상회의 공동 기자회견에선 "북한군 3000여 명이 이미 전투에 투입됐다"고 주장했었다.
다만 미국 정부 관계자는 CNN에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내부에 들어갔단 사실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에 대해 "미국 관리들은 한국이 북한군 파병을 주장한 지 몇 주가 지나도록 북한군이 러시아에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서, 미국 정부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침투를 의도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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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투 투입. 1명 빼고 전원 사망"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투입됐고, 전사자도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날 리투아니아 비영리기구(NGO) '블루-옐로'의 요나스 오만 대표는 현지 매체 LRT에 "우리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 부대와 북한군이 지난 25일 쿠르스크에서 첫 전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오만 대표는 "북한군은 1명 빼고 전부 사망했다"면서 "생존자 1명을 부랴트인이라는 서류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부랴트인은 몽골 북쪽은 러시아 부랴티야 공화국에 거주하는 몽골계 원주민으로, 러시아가 북한군 장병에게 이 지역 신분증을 발급해 자국민으로 위장시킨다는 관측이 나온바 있다.
그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몇주 전 그들이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면서 "처음엔 1500명, 다음엔 1만1000~1만20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 병력은) 8만8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이것은 길거리에서 수집한 단순 데이터가 아닌 첩보 정보"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블루-옐로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해왔으며, 우크라이나의 의사결정권자뿐 아니라 최전선 정보에도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RT는 오만 대표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 정보원 및 군 정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모두 사실로 공식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군인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발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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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설득해 북한군 철수 압박 계획
3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파병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북한군을 전장에서 철수시키도록 압박해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CNN은 전했다. 또 다른 국가들에게도 중국 설득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에 북한의 파병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확실히 전달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불안한 행위에 대해 인접국인 중국도 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전통적 혈맹관계라는 점 때문에 김정은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이 미국 뜻대로 북한 설득에 나설 지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나토 회원국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중립이지만 물밑에선 러시아를 지원해왔다는 점을 들어, 북한군 파병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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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이 북한 설득에 나선다 한들 영향력에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협력 등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는 등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지만, 대중 관계는 올 초부터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 11일 북한 노동당 창간일 79주년 기념식에서도 주북 러시아 대사는 주빈석에 앉았지만, 중국 대사는 불참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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