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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견제 넘어 통제 노리나…‘예산안 자동부의 폐지’ 들이민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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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회 운영소위서 국회법 개정안 통과 강행
예산안 본회의 부의시 의장+양당 대표 협의 명시
통과되면 국회선진화법 10년만에 무력화


매일경제

2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열린 국회 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박성준 소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2024.10.28 [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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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이 발의 10년 만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반수 이상 의석을 점한 야당이 단독으로 국회법 개정안의 처리에 나서면서다. 입법부 고유의 권한인 예산권의 영향력을 극대화해 정부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원회를 열고 여당의 반발 속에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매년 11월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예산안을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도록 한 현행법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예산안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매년 예산안 심사 기한에 쫓기면서 소관 위원회의 충실한 심사를 거치지 못하고 예산안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부작용이 크다”면서 “국회 예산심의와 협의의 절차를 충실히 거치도록 하여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인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야당의 일방 처리에 국민의힘은 운영위 소위 도중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예산 부수 법안을 자동 부의 법안에서 제외하면, 예산은 올라가도 법안이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예산이 통과될 수 없다”며 “다수당과 국회의장이 예산안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면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정해서 국정을 원활하게 했던 기존 법체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에서도 야권의 입법 의도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절반을 넘긴 야당이 정부 ‘견제’를 넘어 ‘통제’를 하려다 보니 국회 선진화법 입법 취지와 본질을 잃었다는 비판이다.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자동부의는 지난 2014년 국회법에 포함됐다. 예산안이 지연 처리되거나 해를 넘기는 일을 줄이고,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개정안대로 최종 수정될 경우, 다수당의 횡포를 넘어 다수당의 예산권 독재가 가능해진다. 예산권이 입법부 본연의 행정부 견제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정권까지 손에 쥐고 흔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그렇게 예산을 철저하게 심사하고 싶었으면, 본인들이 정권을 쥐고 있을 때는 왜 안 했느냐”며 “이제와서야 국회법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은 의도가 노골적”이라고 핀잔했다.

아예 과거 예산 국회의 구태의연한 모습이었던 이른바 ‘공성전’이 재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나 예산안 창구 자체를 극단적으로 좁혀놓으면서 사실상 거대 양당만의 담합으로 ‘쪽지 예산’이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야권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매몰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개정안대로라면 거대 양당이 과거보다 더 마음대로 예산안을 쥐고 흔들 수 있게 된다. 소수당은 예산 처리 과정에서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며 “그런데도 대표 발의와 발의에 혁신당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은 맹목적인 정부 방해로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법안은 국회의원이 총 10명이 공동 발의했는데, 황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국·강경숙·김선민·김준형·신장식·이해민·정춘생 등 혁신당 의원들이 주축을 이뤘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이름을 올려 ‘범야권’의 구색을 갖췄다. 사실상 실익이 없는 소수 정당 의원이 앞장섰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이와 관련 신장식 혁신당 의원은 “양당의 권한을 확대했다는 것은 (안의) 본질이 아니고, 국회 예산 심의권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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