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학교가 딥페이크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성교육 예산을 삭감해 성범죄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9일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를 위한 성교육 토론회'에 모인 성교육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착취를 비롯해 여성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착취 문화는 오래 전부터 남성 사회에서 계승돼 온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두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성범죄가 일어났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이 나오지만, 애초에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며 "2018년 수많은 여학생들이 학교 구성원에 의해 성폭력을 겪어왔음을 고발한 '스쿨미투' 운동 이후에도 불법촬영과 온라인 성폭력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학교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한채윤 남다른성교육연구소 편집위원 또한 "1996년 이미 '남성 청소년의 경우 여성을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생각, 성폭력과 성추행을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30년째 성교육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전문가가 가르치지 않고 통합 교육이 안 된다는 똑같은 기사가 나온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성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방지를 위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과 반대로 성교육 예산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랑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올해 디지털성범죄 교육 콘텐츠 제작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장애아동·청소년 대상 성인권교육 예산도 삭감됐다. 청소년성문화센터 예산도 틈만 나면 삭감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의 결과가 N번방 사건 이후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의 경우 성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인 성별 위계를 외면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교육부가 최근 각 학교에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며 '특정 성별을 가해자·피해자로 지정해 교육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98%가 남성, 83%가 10대다. 분명 젠더폭력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교육부는 사태의 본질을 숨기고 싶어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성교육이 확대되기는커녕 줄어들고 있는 이유로 정부와 교육당국의 왜곡된 성인식을 지목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도내 도서관들이 성교육 도서 2500여 권을 폐기한 것에 대해 "(교내에서) 성희롱과 성폭력 사례가 늘고 있어 그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제7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의 원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있다며 여성을 착취하는 남성 문화를 배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랑 활동가는 "성폭력의 원인을 개인의 성욕으로 바라보는 오래된 통념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명숙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또한 "성교육 도서를 읽고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를 본 적 없고,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의 원인에서 젠더기반 폭력을 뺄 수도 없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남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전 연령의 남성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성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 부위원장은 "성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만 국한될 필요가 없다. 성평등의 본질 자체가 온 사회에 뿌리내려야 하는 가치관이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성교육이 시행될 수 있도록 행정부처 간 경계를 넘은 범부처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를 위한 성교육 토론회'에 모인 성교육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착취를 비롯해 여성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착취 문화는 오래 전부터 남성 사회에서 계승돼 온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박상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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