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고발 사건…대통령실 "수사 지켜봐야"지만 늑장 연임 재가
말뿐인 '공수처 수사 촉구'…검사 신분·예산 지원법 개정 절실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에서 김진욱 초대 처장(오른쪽 두번째),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 첫번째),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등이 제막하고 있다. 2021.1.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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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개최한 우크라이나 비상대책회의 관련자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긴급 수사가 요구된다"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지난 27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국민의힘 의원과 국가안보실장이 주고받은 문자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처럼 정치권의 공수처 소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정치적 쟁점이 생길 때마다 '묻지마 고발' 식으로 공수처를 찾았다. 주가조작 관련 김건희 여사 불기소를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을, 댓글팀 의혹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고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관련 유철환 권익위원장도 고발하는 등 정관계를 가리지 않았다.
모두 진상규명이 필요하겠지만 중복으로 고발된 건도 적지 않다. 이 지검장과 한 대표의 사건은 앞서 시민단체가 같은 혐의를 고발한 터였다.
국민의힘도 공수처 수사를 고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 대한 특검이 추진되자 "공수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수사 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담당 수사 검사 연임 결정을 임기 만료 직전까지 끌었다.
그런데 정치권이 진정 공수처가 쏟아지는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을 감내할 여력이 있다고 보는지 의문이다.
냉정한 얘기지만 지금의 공수처는 쏟아지는 사건을 담당 검사에게 배당할 여력도 부족하다. 최근 검찰이 불기소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사건도 담당 검사가 퇴직해 새 검사에 사건을 다시 맡겨야 하는 처지다.
이날 기준 공수처 소속 검사는 16명이지만 이 중 수사를 맡지 않는 처·차장과 사직서 제출자를 제외하면 수사 검사는 12명에 불과하다. 서울중앙지검 1개 부서(반부패1부)나 중소도시 지방검찰청 지청 규모다. 최근 한 달 새 4명의 검사가 공수처를 떠났다.
이에 비해 지난해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2401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검사 1명당 200건의 사건을 맡아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부장검사 3명을 제외하면 입직 기간이 3년을 넘긴 검사는 2명에 불과하다. 변호사로 재직하다 지난해 첫 수사를 시작한 초임 검사가 대부분이다. 공수처 검사는 7년 이상 법조계 경력을 요구하지만, 수사와 변호가 같을 리 없다.
권력자 부패를 파헤쳐야 할 검사 임기는 3년에 불과하고, 14억 3000만 원인 내년 수사 예산은 올해보다 2억 9000만 원 줄어든 게 공수처의 현실이다. 사건 관계인의 신분 노출을 방지할 독립 청사도 없어 피조사자들도 수사에 비협조적이라고 한다.
공수처 정상화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여야도 지난 국회에서 검사 임기 연장, 예산 독립 등 관련법을 30여 건 발의했다. 그러나 판·검사 증원을 둘러싼 입장차에 공수처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폐기됐다.
한번은 우연, 두 번은 필연, 세 번은 고의라는 말이 있다. 공수처 정상화 해법을 외면하는 정치권은 '미필적 고의'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다. 정쟁 때마다 생기는 사건은 쌓이고 검사들이 떠나는 일은 일상이 됐다.
검사가 수사로 말한다면 국회의원은 법안으로 말해야 한다. 22대 국회에도 공수처법 개정안이 5건 발의돼 있다. 수사 촉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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