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이 만약 곧바로 팔지 않고 연말 결산 시점까지 지분을 보유한다면, 결산 배당으로 받을 배당금만도 300억원이 넘을 가능성이 크다. KKR은 향후 보유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등으로 처분하든가 제3의 원매자에게 일괄 매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 HD현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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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KR이 설립한 펀드 ‘GLOBAL VESSEL SOLUTIONS, L.P.’가 보유한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1075만주는 11월 7일부터 의무보유가 해제된다. KKR이 지난 5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당시 6개월간 자발적 의무 보유를 설정한 것인데 이제 매도할 수 있는 주식이 된다. KKR의 지분율은 24.18%로 최대주주 HD현대(55.79%‧2480만주)에 이어 2대 주주다.
이번에 의무보유 기간이 해제되는 1075만주는 KKR이 지난 2021년 2월 HD현대에서 매입한 HD현대마린솔루션의 전신 현대글로벌서비스 주식 1520만주 중 상장 당시 구주 매출로 판 445만주를 제외한 물량이다. 회사 관계자는 “KKR은 의무 보유기간 이후에는 주식 매도를 위한 제약은 없다”면서 “다만 장기 투자 펀드의 성격상 시장에서 매도하기보다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원매자를 장외에서 찾으려 노력할 것 같다”고 말했다.
KKR은 당장 지분을 팔지 않아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1조원 넘는 평가이익을 얻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KR이 HD현대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주식 1520만주를 매입한 가격은 6460억원이다. 이를 1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4만2500원이다. 현재 주가 수준(29일 종가 14만4300원)을 고려하면 3배 넘게 주가가 오른 셈이다. 시장 가격으로만 1075만주에 대해 1조943억5000만원(1주당 10만1800원)의 평가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3년 전 KKR이 현대글로벌서비스 주식을 살 때 KKR은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2조원으로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시가총액은 6조4008억원(29일 종가 기준)이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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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에선 HD현대마린솔루션이 당분간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보여줄 것이란 시각이 많다. 3분기 매출액 4613억원, 영업이익 834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는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의 성장성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중공업그룹이 만드는 신조선의 부품과 엔진 AS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구매할 때 선택할 수 있는 공급자 수가 제한돼 정해진 소수의 공급업자에게 구입하는 시장을 캡티브 마켓이라고 하는데 HD현대중공업그룹의 캡티브 마켓을 HD현대마린솔루션이 독점하는 구조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캡티브 마켓에 대한 물량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DF엔진(LNG 등 가스연료와 디젤 엔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엔진) 비중 확대로 가격 상승도 지속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선박에 대한) 유지보수 사업의 실적이 늘어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KKR이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을 연말 결산 시점까지 팔지 않으면 수백억원대의 배당금도 받을 수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주주환원정책으로 향후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50~70% 배당 성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분기 실적발표 행사에서도 배당 성향을 최대 70%까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중간배당으로 1주당 450원을 이미 배당했지만, 회사가 제시한 배당 성향을 기준으로 보면 기말 배당금으로 1주당 3000원 안팎을 추가 배당할 가능성이 있다. 3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면 KKR이 받을 배당금은 322억5000만원이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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