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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명태균, 윤석열 승부처마다 ‘여론 조작’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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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기간 총 23회 미공표 조사

윤 캠프 보고·활용 정황 뒷받침

상대 ‘흔들기’ 등에 이용 가능성

응답 샘플 4배까지 부풀리기도

경향신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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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미래한국연구소는 지난 대선 기간 주요 국면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녹취와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여론조사 결과는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캠프에 보고돼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러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된다.

경향신문이 29일 입수한 여론조사 원자료와 보고서를 종합 분석한 결과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5월13일부터 2022년 3월8일까지 총 23회에 걸쳐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녹취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대선 여론조사는 2021년 8월27일 처음 실시됐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의 첫 공식 행사인 비전발표회(8월25일)가 열린 지 이틀 뒤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었는데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시 윤 대통령이 2위 후보인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30.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항을 도입하지 않을 때의 격차는 5.2%포인트다. 당시만 해도 역선택 방지 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조사 결과를 외부에 알렸을 경우 상대 진영의 사기를 꺾거나 캠프 이합집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본경선 진출자 4인이 확정되기 일주일 전인 2021년 9월29일과 30일에도 두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명씨는 9월29일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씨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며 “그 다른 쪽에 하태경이가 나가는 거니까. 외부 유출해야 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 조사는 명씨가 하태경 전 의원 보라고 한 게 맞는 것 같다”며 “하 전 의원이 일주일 뒤 2차 경선에서 떨어질 예정이었는데 유승민 전 의원이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지 선언하게 만드는 게 맞다고 명씨가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해 10월 이후 미래한국연구소는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보해 19~20일, 21일 두 차례 당심을 파악했다. 나열식으로 지지 후보를 묻는 방식과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가상대결을 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눠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가 나온 직후인 10월22일부터 윤 대통령 캠프는 전례 없는 ‘민주당 후보와 양자 가상대결’ 방식의 여론조사 경선을 제안하고 나섰다.

“외부 유출해야 하니까”…수치 정해놓고 꿰맞춰

경선 경쟁자였던 홍 시장은 당시 “기상천외한 여론조사”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는 응답 샘플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9월29일 실시한 ‘민주당 및 국민의힘의 당내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등의 조사’의 응답 완료 건수는 516건이었지만, 조사 보고서(2021년 9월30일)에 기록된 응답 완료 사례는 2038건으로 4배가량 부풀려졌다.

원본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미공표 여론조사 7건 중 최소 6건에서 응답자가 적게는 300여건, 많게는 약 4배까지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패턴은 다른 조사에서도 반복됐다. 2021년 9월17일 조사에서는 1069건이 2048건으로, 2021년 9월30일 조사는 1015건이 2008건으로 표기되는 등 응답 샘플을 2배 가까이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씨는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씨가 여론조사를 어떻게 조작했나’라는 질문에 “500~600개의 샘플이 추출됐을 때 2000개 표본으로 쓰라는 건 곱하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2021년 9월30일자 미래한국연구소 보고서에 대해 “최초 전화번호가 2만개, 통화된 게 7000건인데 500여개의 응답을 받았다”며 “그런데 응답 500개가 (갑자기) 2000개가 됐다”고 분석했다.

A씨는 “몇번은 윤 대통령 쪽으로, 몇번은 홍 시장 쪽으로 유리한 결과를 도출했던데, 어떤 수치를 정해놓고 그 수치에 이 데이터를 맞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 B씨는 통화에서 “500여명 조사한 것을 그대로 붙여 2000명(응답 샘플)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체 조사라면 500여 샘플로 (결과를) 보면 되는데 굳이 2000개 샘플을 채웠다는 건 누군가에게 보고했거나 의뢰자가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시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구 비례에 맞게 가중치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래한국연구소의 당시 여론조사는 이 같은 작업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데이터를 지역·성·연령 기준으로 확인해보니 인구 비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앙케트 개념으로 단순 비율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하얀·문광호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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