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애틀랜틱 레코즈, 더블랙레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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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건 미쳤어요. 블링크(팬덤) 덕분에 제 꿈이 이뤄졌어요. 고마워요, 브루노 마스.”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곡 '아파트'(APT.)로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K팝 여성 가수 최고 순위인 8위를 기록한 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소감이다.
29일 빌보드는 SNS를 통해 로제가 지난 18일 발매한 ‘아파트’가 11월 2일자 ‘핫 100’ 차트에서 8위로 데뷔했다고 밝혔다. 빌리 아일리시의 ‘버즈 오브 어 페더’(3위), 레이디 가가&브루노마스의 ‘다이 위드 어 스마일’(4위), 사브리나 카펜터의 ‘에스프레소’(5위), ‘테이스트’(9위) 등 정상급 팝스타들과 경쟁한 결과다.
종전 국내 여성 솔로 가수의 ‘핫 100’ 최고 순위는 로제의 ‘온 더 그라운드’(2021)와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 리사가 올해 발표한 ‘록스타’가 기록한 70위다. 여성 그룹으로 넓히면 블랙핑크가 셀레나 고메즈와의 협업곡 ‘아이스크림’(2020)으로 기록한 13위인데, 로제는 이 기록도 넘어섰다. 특히 방탄소년단·지민·정국(1위), 싸이(2위)에 이어 ‘핫 100’에서 톱 10에 진입한 다섯 번째 K팝 가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아파트’는 전 세계 200개 이상의 지역의 스트리밍 및 판매 활동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200’ 차트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차트에서도 1위를 석권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로제가 최근 변동이 적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썼다”면서 “세계적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낸 브루노 마스와 레이블 단위에서 협업하며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로제는 지난 9월 브루노 마스가 속한 미국 워너뮤직 그룹 산하 애틀랜틱 레코즈와 글로벌 계약을 체결했다.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의 듀엣곡 '아파트'로 빌보드 '핫 100' 8위에 오른 후 감사 인사를 남겼다. 사진 로제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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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미국 빌보드와 함께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서도 최상위권인 4위에 랭크했다. 지난해 한국 여성 DJ 페기 구가 ‘나나나’로 기록한 5위보다 한 단계 높은 순위로, 로제는 미국에 이어 영국 차트에서도 국내 여성 가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영국 오피셜 차트는 “와이파이가 없는 곳에 사는 것이 아니고서야 ‘아파트’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노래의 강한 중독성을 소개했다.
국내에선 발매 후 7일 만에 음악방송 1위를 달성했다. 브루노 마스는 '아파트'가 Mnet ‘엠카운트다운’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하자 SNS에 한국어 소감을 적었다.
“한국 팬 여러분 너무 감사하다. 첫 음방(음악방송) 1위 해서 아침 내내 울었다. 1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로지 너무 고맙고, 아파트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러브, 브루노 오빠”라고 적어 화제가 됐다.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 출연한 '아파트' 뮤직비디오는 공개 5일 만에 1억뷰를 돌파한 데 이어 이날 현재 1억8000만뷰를 기록해 조만간 2억뷰를 달성할 전망이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함께한 곡 아파트(APT)가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브루노 마스가 한국 팬들에게 소감을 밝혔다.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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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금지곡’으로 찍혔다
로제가 술자리 게임인 ‘아파트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노래는 콩글리시(한국식 영어)인 ‘아파트, 아파트’라는 가사가 여러 번 반복돼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만든다. 토니 베이즐의 1980년대 히트곡 ‘미키’를 인터폴레이션 방식(그대로 모방하는 샘플링 기법과 달리 변주 형태로 저작물의 일부를 따옴)으로 활용해 익숙함을 줬다. 영국의 권위 있는 음악평론지인NME는 리뷰 기사에서 “로제가 킬러 곡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빈티지 팝 록 장르 위에 장난기 어린 에너지로 통통 튀는 멜로디를 더했다”며 만점인 5개의 별 평점을 부여했다.
음악 팬들은 따라하기 쉽고 재밌는 ‘아파트’를 일종의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트)처럼 즐기고 있다. 황정민의 연기 영상을 편집한 버전의 ‘아파트’, 윤수일의 ‘아파트’와 믹스한 새로운 버전의 ‘리모델링 아파트’ 등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다. 여러 버전의 ‘아파트’가 유행처럼 번지자,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 사이에선 ‘수능금지곡’으로 찍혀 “‘아파트’를 조심하라”는 안부를 농담처럼 주고받는다는 얘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로제 '아파트' 뮤직비디오에서 술게임을 하는 브루 노마스와 로제. 사진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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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라는 공간도 관심
대단지 아파트보다 주택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해외에서는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음악 프로듀서인 윌 밴스는 음악 전문 매체인 마그네틱 매거진에서 “도시의 젊은이들이 단조로운 삶을 보내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친밀한 분위기로 보여줬다. 독립된 아파트를 잠재적 연결 공간으로 보는 화자의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네 입술에 키스하고 싶어' '아파트를 클럽으로 만들어... 미친 사람처럼 노는 거야' 등 아파트의 일부 가사를 문제 삼으며 "서구의 부적절한 행동을 조장한다"고 SNS를 통해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 더블랙레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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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파트'가 K팝이라는 콘텐트에 머물지 않고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분위기”라며 “지역의 사소한 문화일 수 있는 요소를 글로벌 팝에 접목한 로제의 대담함이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왔다”고 풀이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빌보드 '핫 100' 차트 상위권에 쟁쟁한 노래가 포진해 있어 '아파트' 순위가 더 오를지는 알 수 없지만, 하락하더라도 그 폭은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파트'는 로제가 12월 발표하는 솔로 정규 1집 '로지'(rosie)의 선공개곡이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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