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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현장] "신나게 놀자"→ "살피며 즐기자"... '이태원 그날'이 바꾼 거리축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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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렸던 작년과 달리 홍대·이태원 북적
경찰·지자체·상인·시민 모두 '안전 유의'
불꽃축제·대학축제 등도 참사 이후 변화
한국일보

핼러윈 데이를 앞둔 주말인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가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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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데이를 앞둔 26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분위기는 '2년 전 10월 마지막 주말 밤'(2022년 10월 29일)과 확연히 달랐다. 거리는 들썩거렸지만 사람들은 차분했고, 행여나 국지적 인파 밀집 사태가 발생할까 봐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독특한 의상을 갖춰 입은 시민들 사이로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 행렬이 길게 이어지자, 공룡 분장을 하고 선두에 선 스태프들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진을 지휘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2년 전처럼 분위기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지 않았다. 이날 공연을 진행한 홍록기(30)씨는 "참사를 시끄럽게 기억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며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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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데이를 앞둔 26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부부와 반려견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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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과 27일 이틀 동안 둘러본 이태원과 홍대 거리는 참사의 충격을 다 떨치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다시 축제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고, 상인과 시민들도 안전에 유의하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축제를 누리는 문화가 정착했다.

달라진 핼러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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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의 한 식당 안에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날 거리 내 모든 입간판은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인도가 아닌 가게 안에 놓여 있었다.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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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인파가 몰린 26일 오후 7시쯤, 이태원과 홍대 가게 곳곳은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호박과 유령 등 장식이 간판과 벽을 장식했고, 거리를 밝히는 화려한 조명이 하나둘 켜졌다. 상인들은 안전 관리도 소홀히 하진 않았다. 평소 가게 앞 인도에 설치됐던 각종 입간판은 가게 내부로 자리를 옮겼으며, 대기 줄 발생에 대비해 별도의 차단봉도 설치했다. 시민들이 경찰과 구청 직원의 안내를 듣지 못할 상황을 위해 평소보다 음악 소리도 낮췄다. 주점 직원 A씨는 "인근 가게들은 모두 인도에 있던 물건들을 정리했다"며 "안전한 통행을 위해 경찰에 협조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경찰과 구청 직원의 안내를 따르며 질서 유지에 동참했다. 주황색 주차 고깔(트래픽콘)을 머리에 쓰고 나온 윤모(27)씨는 "지난해엔 참사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나오지 못했는데, 올해는 즐겨보자는 생각에 이태원을 방문했다"며 "놀러 나오긴 했지만 사람이 몰리는 곳을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비상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깔을 쓰고 손엔 경광봉도 들었다"고 전했다.

안전한 분위기에 안도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다. 아내, 반려견과 함께 공룡 옷을 입고 홍대 거리를 방문한 박준서(30)씨는 "사람은 많지만 다들 질서를 잘 지키고, 거리에 차나 오토바이도 없어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8년째 거주 중인 미국인 소니(27)는 "참사 전엔 핼러윈 축제에서 경찰관을 보기 힘들었다"며 "작년부터 경찰이 거리를 통제하는 등 긍정적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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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관리를 위해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는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길 한가운데는 중앙분리대가 설치돼 있다.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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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구청은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찰관들이 약 15m 간격으로 배치됐고 구청 직원들도 조를 이뤄 4~5m 간격으로 인파를 통제했다. 핼러윈 기간 마포구청·마포경찰서는 홍대에 1,440명을, 용산구청·용산경찰서는 이태원에 4,100여 명을 투입했다. 기동순찰대 300여 명도 별도로 배치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26일 홍대 거리에서는 경찰관들이 비비탄총 등 수상한 물건을 쥔 시민들을 검문검색하거나,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등 위해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데 힘을 쏟는 모습도 보였다.

불꽃축제도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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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이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찾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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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풍경이 바뀐 건 비단 핼러윈만의 일은 아니다. 매년 수십만 명 이상의 시민이 몰리는 주요 불꽃축제도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인력을 대폭 늘렸다.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주관하는 한화는 참사 이전인 2019년 1,7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지만, 올해는 임직원 및 운영요원 3,400여 명을 배치해 인력을 두 배 늘렸다. 대학도 축제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세대와 정기전을 진행한 고려대 관계자는 "2022년 이전보다 올해 안전 관리 인원을 대폭 늘렸다"며 "폐막제 안전 관리를 위해 관할 구청·경찰과 협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도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 진행되는 팝업스토어(단기 매장) 행사 등 법적으로 '공연'에 해당하지 않는 게릴라성 행사의 경우, 기습적으로 몰리는 인파 대비가 여전히 미흡하다.

브랜드 자체 이벤트는 현행법상 공연으로 분류되지 않아 지자체에 재해대처계획서를 제출하거나 행사 일정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다 보니 종종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24일 성수동에서 진행된 프라다 행사에는 팬들이 몰리며 밀집 사고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면서 행사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됐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축제·행사의 유형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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