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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미국 일변도' 윤석열 정부, 외교에서 '이것'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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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국제정치는 힘과 이익, 명분의 세계이다. 각국 지도부는 다양한 이익들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명분과 힘을 활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1970년대 초 닉슨행정부는 주적인 소련을 이이제이 전술로 견제한다는 세계전략적 이익을 위해 공산국가인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연대했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자 중국은 1996년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미국의 독주를 견제했고 미국은 중국을 떠오르는 도전자로 인식하고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순치시키기 위해 포위하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의 질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2001년 WTO에 가입했고 이로 인한 무역 증진에 힙입어 연평균 9% 가까운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미국은 2000년대 초 중국의 GDP가 미국의 40%에 달했을 때 중국의 성장을 막았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중국이 바싹 쫓아와 이미 60%에 달했을 때인 2007-08년경 미국은 자기 스스로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위기에 빠져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중국의 경제력을 빌렸다.

오바마는 아태지역 안보를 중시하는 재균형정책을 통해 태평양 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중국 견제에 나섰지만 중국이 이미 성장해 공존이 불가피했다. 사업가 출신 트럼프가 집권해 중국 견제와 봉쇄에 나섰지만 주로 무역 적자 감소를 위한 특정 기업 제재와 관세 인상으로 일관했지만 무역적자도 별로 줄이지 못했다.

미국의 대중 전략

이런 상황에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전략을 재정비했다. 먼저 자유, 민주, 인권, 국제법 준수 등 이념을 앞세워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을 겨냥해 민주주의 가치 공유국들의 연대를 강화하고 그들만의 협력을 도모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을 대러시아 제재에 동원해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을 도모했고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관계와 중국이 공산당 독재국가임을 강조하면서 이들을 국제사회에서 따돌리려 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주도에 반발했던 유럽과 나토를 확실히 장악하고 이들의 국방비 증액을 달성해 미국의 부담을 덜었으며, 유럽 안보기구인 나토가 미국의 주 경쟁자인 중국도 견제하도록 유도했다. 한국과 일본을 화해시켜 반중 노선에 합류시키는데도 성공했다. 더구나 한국, 일본, 호주와 뉴질랜드를 나토회의에 참가시켰고, 인도를 끌어들여 Quad 회의를 정례화하였으며 AUKUS를 창설했을 뿐 아니라 일본, 호주, 필리핀 등과 연합훈련을 강화하는 등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했다.

경제적으로는 IRA법과 반도체법을 제정해 미국 내에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을 중흥시키면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억지하기 위해 첨단 기술과 장비가 중국에 공급되는 것을 차단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도 차단하고 중국 전기차와 태양전지 등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각각 100%, 50%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의 대미전략

미국의 대중 견제 및 봉쇄정책에 대응해 중국은 적극적으로 전방위 경협 및 외교전략을 펼치고 있다. 먼저 미국의 제재를 받고있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주축으로 미국의 국제정치 독주를 견제하고 다극화 국제질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교역과 협력을 증진하되 서구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유엔 대러 제재나 비난 결의안에는 거부권 행사보다 기권을 선택하고 대러 금수물품 거래는 삼가되 에너지와 식량 수입은 늘려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는 한편 러시아의 자동차와 반도체, IT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또 양국 간 거래의 대부분은 위안화로 사용해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미국보다 교역량이 더 많은 EU국가들에게는 광대한 시장을 활용해 호혜적인 경협과 투자를 더 증진하자고 설득하면서 대중 견제 가담을 저지하고 있다. 명분으로는 미국의 편가르기 외교를 냉전적 사고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국제전략 기조로 21세기 세계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를 열자는 발전, 안보, 문명 등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제창하고 있다. 중국이 앞장 서서 공동으로 물류 및 교통을 개발하고 호혜적인 발전을 이루며 국제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공동의 안보 문제에 대해 협력해 대응하며 상호 간에 내정 간섭을 삼가면서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인류 운명공동체를 건설하자고 주창하고 있다.

러시아와 함께 이제 G7의 GDP 합을 능가하는 BRICS를 주도하고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유대를 강화하며 일대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남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진흥하고 있다. 특히 과거 비동맹그룹 주도국으로서의 위상을 살려 Global South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게 우호적인 국제 여론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도 남중국해 영역 갈등을 겪고 있는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가들이 중국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고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도 중국과의 무역을 진흥하는 등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의 대응 정책

그렇다면 미‧중 전면적인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21세기 세계 패권 경쟁에서 양 초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정부는 양측으로부터 엄청난 회유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쾌도난마식으로 미국을 선택하고 중국에 등을 지는 것은 중책 이하의 악수인데 정부는 이 길로 나선 듯이 보여 우려된다. 우직하지만 매우 위험한 길이며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중국과 척져서 이미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미래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 급변사태 시 원활한 수습, 평화통일 모두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면서 중국과의 우호관계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둘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일 준동맹 형성은 득보다 오히려 실이 커 보인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미‧일과 북‧중‧러 사이에 위치하므로 한국은 한미동맹에서 일본을 추가시켜 얻는 것이 별로 없는 반면 미‧일의 방패와 전초병을 자임하게 된다. 매우 위험한 형국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친구였는데 적이 되고 있다. 과연 안보 면에서 우리에게 득이 더 클까? 이제라도 정부는 미‧중 관계가 원만한 관계가 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며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취해야 할 것이다.

셋째,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대결이 아닌 화해‧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명을 소홀히 하는 북한 정권과 달리 우리는 한 사람의 인명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에 인구와 국력의 절반이 위치하므로 매우 큰 안보 취약성도 갖고 있다. 우리가 사실상 막을 수 없는 북한의 핵 미사일 1발로도 서울 시민 5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호전적인 북한 정권이 설사 도발한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동족인 한국이 되지 않도록 대북전단 살포처럼 우리가 북한을 자극하거나 내정간섭적인 행위를 하거나 비우호 행위를 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평화가 통일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바라건데는 남북관계가 재개되어 교류와 호혜적인 협력, 비핵화가 추진되어야 하지만 최소한 불신과 적대감이 고조되고 핵과 미사일을 구비한 북한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은 매우 무모하다. 무엇을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뒷감당하지도 못할 군사 충돌과 전쟁을 불사하는 것인가? 물론 우리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도 북한이 침략해 온다면 한치의 빈틈없는 국가안보 태세를 유지하다가 그 때가 통일의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물리쳐야 하겠지만 우리가 북한이 그런 무모한 모험을 감행할 빌미를 먼저 제공하는 것은 전혀 현명하지 않고 무책임한 것이다. 따라서 일단 대북 전단 살포를 막고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하며 조건없는 인도적인 지원 제공 의사를 표명하여 대화를 재개하고 남북 화해 및 호혜적인 협력을 복원해야 한다.

현재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우려를 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일변도 정책이 이에 명분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북 화해‧협력 기조를 복원하면 한‧중관계도 협력관계로 복원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중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을 돕는다고 인식할 수 있지만 사실 전면적인 미‧중 전략 경쟁을 고려하면 중국이 특수관계에 있는 북한에 대해 상당한 제재와 압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나름 강대국으로서의 책임감과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중 우호관계를 가지려 노력하면서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희망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 외교가 취해야할 자세이다.

넷째,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하고 중국도 자신의 능력 범위에서 대미 제재를 가하며 대중 제재를 가하는 국가들에 대해 경제 보복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2차전지, 반도체, 태양광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의 대중 원료, 소재, 부속품, 장비 의존도가 매우 크다. 언제라도 중국이 작정하고 한국에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할 때 우리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봉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주력산업 소부장의 공급처를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다변화해야 한다. 또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지도 못하면서 중국이 사활적 이익이라 생각하는 사안을 서슴없이 건드리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에둘러 말하거나 일정 정도 모호성을 지키는 지혜를 발휘해 한‧중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미국과의 우호관계는 지키되 미국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 대미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실제로는 별 득이 없다면 외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함께 가자면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또는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이자 가치 공유국인 한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 확장억제도 말을 넘어 확실한 보장을 제공해 우리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한미동맹이 주로 미국에게 이득이라기보다는 호혜적으로 이익을 증진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미 우호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프레시안

▲윤석열 정부의 미국 일변도 외교 정책이 과연 최선인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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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립외교원장을 지냈습니다. 이 연재는 공공선 거버넌스(원장 강치원)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편집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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