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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개 물속서 개헤엄? 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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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기업, 잠수하는 4족 보행 로봇 ‘허니 배저’ 개발

경향신문

폴란드 기업 MAB 로보틱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허니 배저’가 물속을 걷고 있다. 완전 방수 처리가 돼 있어 수중을 거뜬히 걸을 수 있고, 땅에서도 보행이 가능한 수륙양용 로봇이다. MAB 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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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60㎝·12㎏ ‘중형견’ 크기
최대 시속 3.6㎞ ‘사람 걷는 속도’

수중에서 땅 위 걷듯이 움직여
몸통 ‘완벽 방수’ 실현이 핵심
수륙양용으로 수색·구조 유용

# 파란색 타일이 촘촘하게 붙은 널찍한 수영장 안에 수심 약 1m에 이르는 물이 가득 차 있다. 좋지 않은 수질과 어두운 조명 때문에 물속은 뿌옇다. 그때 물속 저편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이 물체가 카메라 앞 수십㎝까지 다가서자 비로소 정체가 명확히 식별된다. 다리를 움직여 이동하는 로봇 형태의 개, 즉 4족 보행 로봇이었다. 폴란드 기업 MAB 로보틱스가 이달 중순 인터넷에 공개한 자사 제품의 작동 장면이다.

4족 보행 로봇을 만드는 기업은 지금도 꽤 많다. 하지만 이 로봇은 특이하다. 깊은 물속을 걷는다. 지금까지 전 세계 4족 보행 로봇의 개발 방향은 얼마나 험한 지형을 잘 걷도록 만드느냐에 모아졌다. 당연히 전제는 땅을 걷는 것이다. 이 로봇은 그런 전제를 아예 바꿔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런 로봇은 왜 만들었을까.

‘구동기’ 완벽 방수 처리

MAB 로보틱스가 공개한 4족 보행 로봇 이름은 ‘허니 배저’다. 덩치와 무게는 중형견과 비슷하다. 몸통 길이 60㎝, 높이 50㎝, 중량 12㎏이다. 동력은 전기 배터리에서 뽑는다. 최대로 충전하면 2시간을 움직인다.

허니 배저는 내구성이 좋은 로봇이다. 섭씨 0~40도 사이에서 정상 작동한다. 춥거나 더운 곳에서도 거뜬히 움직인다는 뜻이다. 먼지가 잔뜩 쌓인 곳에서도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다. 허니 배저가 발을 디디는 바닥의 조건도 보행에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콘크리트 도로는 물론 잔디밭, 자갈길도 막힘없이 걷는다. 속도는 최대 시속 3.6㎞다.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허니 배저의 진짜 특징은 따로 있다. 물속 보행이다. MAB 로보틱스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허니 배저는 자신의 몸이 완전히 잠길 정도의 깊은 물속에서 땅 위를 걷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잠수 상태로 목표 지점을 향해 거침없이 직진한다. 뒤뚱거리거나 비틀거리는 일도 없다.

물속 보행이 가능한 핵심적인 이유는 몸통에 달린 구동기(액추에이터)에 완벽한 방수 처리를 했기 때문이다. 구동기는 전기 등에서 나온 에너지를 물리적인 운동으로 바꾸는 부품이다. 사람 몸으로 따지면 근육이다. 구동기가 있어야 다리 같은 관절 부위가 움직인다. 구동기가 없으면 로봇은 꼼짝도 못한다.

구동기가 동작하려면 여러 부품이 정교하고 복잡하게 돌아가야 한다. 물이 조금이라도 새어 들어가면 망가질 공산이 크다. 구동기가 땅에서 빗물에 조금 접촉하는 일과 물속에 완전히 잠기는 일은 상황이 다르다. 물에 잠길 때 훨씬 강력한 방수 성능이 필요하다. MAB 로보틱스는 수중에서 물을 확실히 막을 방법을 찾은 것이다. 다만 어떤 기술로 방수 처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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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양용’ 가능해 구조 활용

물속을 걷는 로봇은 왜 만들었을까. ‘수륙양용 로봇’을 구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물속에서 움직이는 로봇은 많지만 대개 소형 잠수정 형태다. 다리가 아니라 프로펠러를 사용해 움직인다.

이런 로봇은 물속에서 임무를 마치고 땅으로 스스로 올라갈 수 없다. 수중 활동이 끝나면 인간의 손으로 물에서 건져올려져 배 갑판에 자리잡는 것으로 임무는 종료된다. 한마디로 땅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허니 배저는 다르다. 자신의 몸이 완전히 잠길 만큼 깊은 물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물 밖으로 스스로 걸어나온 뒤 땅에서 보행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수륙양용 성능은 물속과 땅에서 임무를 수행할 로봇을 따로 구비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작업 효율이 올라가고 장비 구입 비용은 내려간다.

허니 배저에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감지하는 카메라, 레이저를 쏴 전방 물체를 식별하는 라이다(Lidar) 같은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여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와이파이나 유선 케이블과 연결한 조종장치를 통해 사람이 움직임을 원격 통제한다. 침수 지역에서 위험 요인을 찾거나 수색 작업을 할 수 있다. 산업·구조 현장에서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MAB 로보틱스는 “허니 배저는 까다로운 작업 환경에 맞도록 설계됐다”며 “물이 찬 지하 터널 등을 순찰하는 데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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