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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대규모 이란 공습···딜레마 빠진 이란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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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이란 공격을 위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제공/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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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하면서 공은 다시 이란에게 넘어갔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여기서 끝내라며 양측의 자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이란이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2시부터 4시간 가량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란에 세 차례 연쇄 폭격을 단행했다. 공습은 시리아와 이라크 영공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란이 하마스·헤즈볼라 등 대리세력 수장이 살해된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200기를 발사한 데 따른 반격이었다.

25일 만에 이뤄진 이스라엘의 재보복은 이란의 핵시설이나 석유시설이 한 때 공격 선택지로 거론된 것과 달리 군 시설만 타격하는 등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스라엘이 공격에 앞서 제3자를 통해 이란 측에 표적이 뭔지 알리는 등 미리 언질을 줬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대선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판을 키우지 말라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내 미사일 생산시설과 방공시스템을 표적으로 한 공습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첨단 방공 능력을 대부분 파괴했으며 “이제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더 광범위한 공중 작전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지난 4월 공격 때보다 훨씬 광범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고체연료 혼합 시설을 공격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소식통들도 이번 공습으로 이란의 미사일 생산 능력이 마비됐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며 피해를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과 일람, 쿠제스탄 등 3개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격퇴했으며 이 지역에 “제한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군인 4명이 사망했다.

관심은 이제 이란의 ‘재반격’ 여부에 쏠린다. 국제사회는 보복의 악순환을 끝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군사 목표물 외에 다른 곳은 타격하지 않았다며 “나는 이것이 끝이길 희망한다”고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은 ‘보복할 권리’를 언급하면서도 즉시 보복하겠다고 위협하지는 않았다. 이란 정부는 “방어에는 한계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면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강경한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청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악을 가볍게 여겨도, 과장해서 안 된다”며 “이란 국민의 힘과 의지를 전달하고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식은 당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란군 역시 “이란은 적절한 시기에 침략에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권리를 갖는다”면서도 “억압받는 이들의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반응을 놓고 이란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 ‘약속대련’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이스라엘이 비교적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공격을 단행한 데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은 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담당 연구원 사남 바킬은 초박빙 구도인 미 대선 역시 이란의 대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며 이란이 이번 공습의 여파를 축소하고 휴전을 촉구해 “상황을 역전시키고 군사적 약점을 외교적 기회로 전환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확전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동지역 내 반미·반이스라엘 연대인 이른바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즉각 대응에 나서진 않더라도 완전히 무대응으로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뜩이나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공세에 와해될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이란마저 이스라엘 공격에 반격하지 않는다면 중동지역 내 세력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1980년대 이라크 전쟁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 전투기에 자국 영토를 공격 당하는 ‘굴욕’을 겪으면서 이란 군부 내 강경파가 이를 만회하기 위한 공격을 압박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공습 강도를 조절한 이스라엘이 내달 5일 미 대선이 끝난 뒤 더 강경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이스라엘 정부 내 강경파들은 이번 공격 수위를 비판하며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준장을 지낸 아미르 아비비는 “이스라엘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이란을 더 깊숙하게 타격할 역사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수개월간 계속될 것이며, 미국 대선이 끝나면 이스라엘이 더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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